“주스 프랜차이즈에 국한하지 않고 델몬트 같은 세계적인 과일브랜드로 성장해 궁극적으로는 과일전문유통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최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난 윤석제(33) 쥬씨 최고경영자(CEO)는 “쥬씨 대표보다는 과일 장수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쥬씨는 2년 만에 매장 수 800개 돌파란 기록을 쓸 정도로 생과일 주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신화의 시작은 201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건국대 재학 중 근처에 쥬씨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카페에서 팔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1,000~1,200원에 주스를 팔았다. 그가 매일 아침마다 가락시장에서 직접 과일을 떼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큰 이익이 남진 않았지만 박리다매였다. 27㎡ 규모 매장에서 직원과 단 둘이 일했던 당시 하루에 2,000잔까지 판매한 적도 있다. 가맹 문의가 빗발쳤다. 윤 대표는 좀더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2월과 2015년 4월 각각 경희대와 한국외대에 2ㆍ3호점을 냈다. 이후부터는 승승장구였다.
쥬씨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과일’에 있다. 윤 대표는 독자적인 과일 수입사 ㈜쥬씨인터내셔널을 세워 파인애플, 오렌지, 자몽, 키위 등 수입 과일을 직접 들여오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과일인 바나나는 필리핀 다바오 지역에 10만평 규모의 바나나밭을 매입해 직접 재배하고 있다. 국산 과일은 본사 과일사업팀 6명이 산지 직거래와 새벽 경매에 참여해 제공한다. 쥬씨가 수많은 유사 브랜드의 난립에도 자신만만한 이유다. 윤 대표는 “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앞으로 2년은 이 가격을 유지할 생각”이라며 “경쟁 업체는 지금 가격으로는 수익이 안 나 곧 엎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청과일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논란도 일었다. 1리터 용량과 당 함량, 위생 관련 지적 등이 잇따랐다. 쥬씨는 1리터로 표기됐던 가장 큰 사이즈를 엑스라지(XL)로 바꿨고, 과일 함량도 공개했다. 윤 대표는 “가맹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며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고 싶어 만든 브랜드인데 돈을 위해서 소비자를 속이는 업체처럼 보여 속상했다”고 말했다. 내실을 다지고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쥬씨는 지난 8월부터 가맹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다가오는 겨울도 시험대다. 주스의 비수기를 앞두고 그는 점주들의 수익을 보장할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내는 ‘숍인숍’ 형태의 핫도그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바리스타 최지욱씨와 손잡고 커피 원두 맛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쥬씨는 이달 중국 광저우와 선전에 3개 점포를 열었다. 연말까지 동북 3성 지역에 5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에도 곧 첫 점포가 문을 연다. 윤 대표는 “3년 안에 중국에 1,000개 매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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