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18년간 매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남자가 있다.
인터넷 매체 멘탈 플로스(mental_floss)는 지난 23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6,697개의 작품을 남기고 떠난 남자의 사연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이야기는 영상 속 화자가 어느날 폴라로이드 사진을 올려놓은 인터넷 사이트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수천 개의 사진을 찍어 올린 이 사람은 누구일까, 호기심 속에 하나하나 살펴본 결과, 이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제이미 리빙스턴이란 뉴요커였다.
사진작가인 리빙스턴은 1979년 3월 31일부터 1997년 10월 25일까지 매일 한 장씩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며 삶을 기록했다.
그는 편집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사진으로 남겼다. 뉴욕 메츠 팬인 그가 친구와 시즌 관람권을 사러 간 날의 추억도 사진으로 박제해두었다. 가끔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1996년 말에서부터 1997년 초까지 찍힌 사진에는 유독 자기 자신이 자주 등장한다. 사진 속 그는 우울해 보였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때 보였던 그의 환한 미소도 사라졌다.
1997년 5월 2일,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이틀 후인 5월 4일, 그는 자신의 머리에 난 수술 자국을 사진으로 찍었다.
리빙스턴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찍은 6월 2일 자 사진 속 모습은 초췌해 보였다. 그달 말 그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잃었다. 치료를 위해 화학요법을 시작했고, 병원을 들락거렸다.
1997년 9월 11일, 사진작가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한 달 후 10월 5일에는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반지 사진을 찍었다. 이틀 뒤 그는 결혼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몇 주 후 그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도 그는 계속 사진을 찍었다. 10월 24일 그의 친구가 병실을 방문해 곡을 연주해줬고, 그것이 제이미 리빙스턴이 찍은 마지막 사진이었다. 다음날 그는 세상을 떠났다.
뉴욕을 사랑하고, 18년간 아름다운 일상 사진을 찍던 리빙스턴은 자신의 41번째 생일이었던 1997년 10월 25일에 사망하였다. 죽는 날까지 그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리빙스턴이 죽자, 그의 친구인 휴 크로퍼드와 베씨 리드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그의 사진들을 게시하였다. 두 사람 덕분에 몇 년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리빙스턴의 작품을 접하고,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모든 작품은 http://photooftheday.hughcrawford.com 에서 볼 수 있다.
정유경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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