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라산 뒤덮은 제주조릿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라산 뒤덮은 제주조릿대

입력
2016.11.27 12:42
0 0

해발 1,400m 고지대 88.3% 차지

털진달래 등 생육상태 매우 불량

말 방목 조릿대 제거에 ‘효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제주조릿대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발 1,400m 이상 한라산 고지대의 90%가 제주조릿대에 뒤덮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발표한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고지대인 해발 1,400m 이상 지역 21.55㎢ 중 19.03㎢(88.3%)에 제주조릿대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및 암반지역, 습지, 인공시설물 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라산 고지대 전 지역이 제주조릿대에 점령당한 셈이다.

한라산내 제주조릿대 분포도.
한라산내 제주조릿대 분포도.

용역팀이 한라산 백록담 바로 밑 해발 1,800m 지역인 장구목 남서쪽ㆍ윗세오름 북쪽 등산로 주변 제주조릿대 군락 1만㎡ 내 조릿대 20톤을 벌채한 결과 해당 지역에 자생하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의 생육상태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벌채지역 내 분포하는 털진달래 158그루 중 상단 가지가 90% 이상 살아있는 ‘우량’ 나무는 단 한 그루도 없었다. 상단 가지가 50% 미만으로 생육상태가 불량한 나무는 절반이 넘는 85그루(55%)에 달했다. 54그루(34%)은 아예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철쭉도 ‘우량’ 나무는 전체(3,993그루)의 5%인 217그루에 불과했다. 상단 가지가 50%미만이거나 고사한 나무는 1,596그루로 40%에 달했다. 나머지 보통인 나무는 2,180그루(55%)였다.

제주조릿대가 장구목을 뒤덮기 이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의 비율이 반반이었다는 여러 산악인의 증언을 고려하면 털진달래가 제주조릿대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유산본부는 내년에 장구목 외에도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많이 자생하는 지역인 성판악 코스의 진달래밭, 영실 코스의 선작지왓, 어리목 코스의 사제비동산으로 연구 대상지를 확대해 1.8㏊의 제주조릿대를 베어내 식물 생육 상태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전체를 뒤덮어 생태계를 위협하자 말 방목을 통한 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한라산 만세동산에 설치한 방목장에 풀어 놓은 말들. 세계유산본부 제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전체를 뒤덮어 생태계를 위협하자 말 방목을 통한 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한라산 만세동산에 설치한 방목장에 풀어 놓은 말들. 세계유산본부 제공.

제주조릿대 제거에는 말 방목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랑말(제주마) 2마리와 한라마(제주마와 더러브렛종 경주마 교잡종) 2마리를 해발 1,600m 만세동산에 설치한 1㏊의 방목장에서 사육한 결과 1마리 당 하루에 15.9㎏의 제주조릿대를 섭취했다. 세계유산본부는 내년에 말을 10마리로 늘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조사구역을 설정해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용역팀은 “백록담 분화구벽 일부 지역까지 제주조릿대가 번지고 있어 확산 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주문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특산물이기도 한 제주조릿대를 차나 음료, 화장품 등의 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관리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조릿대 관리방안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일본 사례도 벤치마킹할 계획”이라며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