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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 대통령의 마지막 애국

입력
2016.11.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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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사태로 인해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국정을 무참하게 유린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인인 최순실 등과 공모하여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재단을 불법으로 설립하여 기업들에게 자금출연을 강요하는 등 국적농단 행위를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원인은 국가권력을 사권력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다. 중앙집중화한 권력의 남용이 용이하여 대통령 자신은 물론 가족 및 측근의 국정농단이나 부정비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욱이 자본권력과 정경유착 관계를 형성하여 권력과 이익을 독점 공유하는 반국민적인 범죄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경유착 비리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이 없다. 재벌총수들도 수시로 검찰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섰다. 도덕과 신뢰를 기본철학으로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거꾸로 부도덕하고 배신적인 비리행위를 하여 형법상 피의자로 전락했다. 비리에 동조한 재벌총수들도 검찰수사와 국정조사에 줄을 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비리는 많은 생명을 희생하며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으킨 고도성장 경제를 한꺼번에 짓밟고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세계적인 역사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잃고 좌절과 분노에 떨고 있다. 정치권은 나라를 망쳐놓고 쓰러지는 권력을 서로 잡으려는 싸움뿐이다. 경제는 국제경쟁력을 잃어 국민세금으로 연명하는 부실상태에 이르렀다. 사회는 불의가 만연하고 빈부가 양극화하여 공동운명체의 와해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의 울분이 극도에 달해 사상최대 규모의 촛불시위가 연이어 일어나 진상규명과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번 시위는 폭력과 충돌이 없는 평화시위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불의를 거부하는 강력한 저항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라를 혼돈에 빠뜨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명예혁명의 뜨거운 열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애국은 한시바삐 퇴진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가 올바르게 가도록 길을 여는 것이다. 당연히 국정농단 행위에 수사를 성실히 받아 진실을 밝히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은 거국내각 구성을 서둘러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선거를 앞당겨 새로운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출범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 질서를 확립하고 올바른 국정운영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국력을 결집하여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정세와 세계경제에 올바르게 대응하며 나라의 안위와 발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다. 현행 헌법 하에서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과거 정권이 저지른 권력남용과 불법비리를 반복할 수 있다. 차제에 헌법을 개정하여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 등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한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의 연구가 많다. 정치권은 국민의 의사를 묻는 개헌을 서둘러 새로운 헌법 하에 다음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정경유착의 척결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태는 정경유착 비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두 재단설립에 안종범 청와대수석 등이 기업들에게 모금을 초법적으로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인들은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기금출연의 대가로 총수의 사면, 경영권 방어, 사업 인허가, 검찰수사와 세무조사 무마 등의 민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크다. 개헌과 동시에 돈 안 드는 선거, 정당운영의 민주화, 정치자금의 투명화 등 관련 정치개혁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권력의 요구에 당당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지배구조의 낙후와 밀실경영 때문이다. 불법상속, 기업세습, 황제경영, 분식회계 등 약점이 많다. 따라서 순환출자 금지, 독과점 해소, 소유와 경영분리, 공시강화 등의 재벌개혁도 불가피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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