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는 아니다~ 근혜는 아니다~.”
26일 오후 5시2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스나비다’를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4시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앞 200m 인근까지 행진해 온 시민 3,000여명이 토해낸 함성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 5차 촛불집회 본 행사를 앞두고 시민들은 청와대를 동ㆍ남ㆍ서쪽에서 에워싸는 ‘청와대 인간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전날 법원 결정으로 서쪽(신교동로터리) 동쪽(세움아트스페이스) 남쪽(율곡로)에서 시민들이 청와대를 포위하는 대규모 집회가 처음으로 허용됐다.
주최 측은 행진 시간이 다가오자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박근혜가 고립됐다는 걸 보여주자”며 집회 참석자들을 독려했고, 20만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지금 당장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면으로 발길을 옮겼다. 행진이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경복궁역 인근 율곡로와 사직로를 가득 메운 인파는 60만명으로 불어났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자유발언대에 나선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은 “차디찬 바다에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때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신 겁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나라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행보를 밝히지 않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고 외쳐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시민들은 경찰들의 지시를 따라 폴리스라인을 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길을 터달라”는 호소가 뒤따랐다. 참석자들은 사상 최초로 청와대 앞 200m까지 가능해진 행진에 의미를 두면서도 시간 제한(오후 5시30분)에는 많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본집회가 시작된 오후 6시 이후에도 일부 시민들은 주민센터 인근에 머물며 경찰과 한동안 대치했다.
민모(25ㆍ여)씨는 “차벽을 세우지 않으면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건너편에 서 있는 의경을 보면 연민과 분노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0)씨는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더 중시한 법원 판단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을 믿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시간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누굴 위한 경찰이냐” “의경은 죄 없다. 간부가 문제다” “위헌차벽 철거하라” “불복종 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폴리스라인과 경찰 헬멧에 꽃모양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 70여명은 오후 8시쯤 광화문광장으로 되돌아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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