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사상 처음으로 펼쳐진 '청와대 포위' 촛불집회 상황을 밤늦게까지 예의주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 해법을 고심했다.
서울 도심에만 130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26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5차 주말 촛불집회에서는 본 행사에 앞서 법원의 허용에 따라 청와대를 동·남·서쪽에서 포위하듯 에워싸는 형태로 사전 행진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세종로사거리에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로터리 등 청와대 인근 3개 경로로 행진하며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 곳에서 시위대가 외친 구호와 함성 소리는 청와대 관저까지도 또렷이 들리는 거리이다.
청와대 앞 200m까지 육박한 시위대 중 일부는 허용 시간인 오후 5시 30분을 넘겨 늦은 시간까지 남아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TV로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퇴진 구호가 청와대 경내에까지 울려 퍼진 가운데 주말 비상근무에 나선 참모진도 방송 등을 통해 집회 진행 상황을 챙겨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앞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퇴진촉구 보고대회'에서 "검찰총장에게 청와대에서 공갈을 친다고 한다"며 청와대가 '충성서약서'를 빌미로 김수남 검찰총장을 압박한다고 주장했으나, 청와대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들은 전원 출근해 온종일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어 민심 수습 방안과 정국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겸허한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면서 "다음 주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흔들리는 사정라인을 안정시키고, 오는 28일 공개되는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당장 특별검사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법률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 다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장관의 사의가 워낙 완강해 설득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교과서에 대해선 국정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교육부가 사실상 국정화를 철회하는 내용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접촉해 교과서 문제의 해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 대통령이 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검찰 공소장과 탄핵안에 기재될 자신의 범죄혐의를 소명하고 탄핵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에 대해서도 주말 동안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3차 대국민담화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이르면 내주 중 박 대통령이 직접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간략히 입장을 밝히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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