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삶은 더 팍팍해 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촛불을 꺼도 됩니까?” “안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젊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본 집회에 앞서 ‘대학생 시국회의’를 개최한 대학생 1,000여명은 각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다.
사전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3분 동안 자유발언을 통해 저마다 느낀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성을 성토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승경씨는 “아버지가 지난해 실시된 임금피크제로 30년 다닌 은행에서 해고됐다”며 “박 대통령의 노동정책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저임금ㆍ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우리 삶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조연호씨도 “노동ㆍ교육정책은 물론 한일군사협정 강행 등 박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나라는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로 상경한 지방대 학생들도 대거 가세했다. 충남대 경제학과 4학년 박형철(24)씨는 오전 8시 학교에서 동료 70명과 전세버스 2대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왔다. 박씨는 “지역에서도 촛불집회에 참여할 수 있지만 분노한 민심이 집약된 서울에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 시민들이 평화적 방법으로 하야를 외칠 때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규(23)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 13명과 함께 서울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교회에서 예배 드릴 때 시국과 관련된 기도를 많이 했는데 이제 기도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집회에 나왔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모인 만큼 패기 넘치는 풍자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모(19)씨는 ‘박근혜 체포단’이라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 대통령의 행태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자유발언 도중 한 70대 남성이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이런 짓을 한 번도 안 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만류로 곧 자리를 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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