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청와대의 비아그라 및 프로포폴 구입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약품 구매는 주치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책임을 회피하고 공을 청와대로 넘기는데 급급했다. 서 원장은 “청와대의 모든 의약품 구입은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이 담당하기 때문에 비서실 소속인 주치의는 결재라인에 있지 않다”고 입을 뗀 뒤 “나는 어떤 약품을 구입했는지 몰랐고 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과 차움의원을 통해 정맥주사제와 프로포폴을 구입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도 “의무실장에 물어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최근 논란이 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ㆍ팔팔정 구입 경위에 관해서는 “대통령 남미 순방 당시 고산병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교수에게 문의한 뒤 소량 구입했다”며 “수행원들이 고생을 많이 해 현지병원을 찾는 일이 있은 뒤 다량 구입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영재의원의 리프팅 시술용 실 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서 원장은 “국산제품 개발에 대한 필요로 시작했을 뿐 원장직 수행 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실에 독특한 바늘을 달게 되면 산부인과 복강경 시술이 가능해지는데 외국산이 대다수여서 국산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획 단계에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제주 H병원에서 출산한 것을 도왔다는 의혹 역시 “본적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근무했고 지방 학회에 갈 수도 없었다. 제주에 간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람이 있으면 대질 해달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2014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박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서 원장은 주치의 시절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나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을 구입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원장 재직 시기 구입한 의약품 가운데는 태반주사와 백옥주사 등의 주사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일절 입을 열지 않다가 24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 하루 만에 돌아온 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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