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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도 욕 먹는 판이라…재단 기부ㆍ후원금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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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도 욕 먹는 판이라…재단 기부ㆍ후원금 ‘올스톱’

입력
2016.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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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ㆍK스포츠 재단 국정농단 여파

정책성 재단에 기업 지원 끊겨

“지금 기부, 후원할 수 있겠나” 납작 엎드려

평창올림픽조직위는 후원기업ㆍ주거래은행 못 구해

“재단에도 구조조정 있지 않겠나” 전망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돈을 내면 더 욕을 먹는 상황인데 어느 은행이 기부할 생각을 하겠습니까?”(A시중은행 관계자)

“이전 정부가 만든 재단에 앞으로 낼 자금이 남아 있는데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위기를 지켜봐야죠.”(B대기업 관계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씨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등을 통해 민간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거 유사한 방식으로 설립된 재단들에 대한 대기업ㆍ금융사의 지원이 전면 중단사태를 맞고 있다. 정책성 재단에 쏠린 눈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과 금융사들이 몸을 사리고 재단들도 손을 내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설립한 치적 쌓기용 재단들의 생명 자체가 위협받는 모습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청년희망재단이 대표적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9월 21일 박 대통령의 첫 기부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는 출시 3개월만인 지난해 말 기부 10만여건에 1,208억원을 모금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기준, 누적기부건수는 12만4,741건, 누적 모금액은 1,456억원으로 이후 11개월 동안 2만4,000여건, 248억원 느는 데 그쳤다. 특히 13개 은행을 통한 올해 신규 펀드 계좌는 743개(총 계좌수 9만3,206개)에 머물렀고, 이 중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10월 1일 이후 신규 계좌는 31개에 그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애초부터 반강제적인 모금이었던 탓에 초기 대기업 총수 및 임직원들의 참여 이후 추가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는데, 게이트 이후엔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에서 설립된 관제 재단에 대한 기업ㆍ금융권의 기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명박(MB) 정부 막바지인 2012년 설립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은행권 예정 출연금 5,000억원 중 4,000억원만 기부됐다. 은행권은 올해와 내년 각각 500억원씩 추가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잠정 보류돼 내년에야 추가 기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 사이에서는 “대선 정국에 접어들 텐데 돈 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돌고 있다.

앞서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에 2018년까지 총 1조원을 출연하기로 했던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도 MB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말까지 절반 가량만 출연한 뒤 이후부터는 매년 내놓기로 했던 약정 금액의 20% 가량만 출연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자금의 기부 여부는 2018년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다. 조직위는 로컬 후원기업은 물론 주거래은행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애초 동계올림픽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후원을 주저했던 기업 및 은행들은 최근에는 평창올림픽이 최씨 일가의 이권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정부에서 지원하라고 나섰을 텐데 지금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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