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 김종, '체육인 연수' 압력 무산에 표적감사 보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김종, '체육인 연수' 압력 무산에 표적감사 보복

입력
2016.11.26 04:40
0 0

“연수기관, 테네시大에서 조지아大로 바꿔라”

알고 보니 ‘친분 있는 교수’의 학교와 연계 꼼수

허술한 프로그램에 재단은 거부… 金, 직원해임 시도

검찰, 녹음파일 등 물증 확보해 직권남용 혐의 추궁

'국정농단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지원 의혹을 받고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기자
'국정농단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지원 의혹을 받고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기자

2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내사한 내용을 보면 김종(55ㆍ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무뢰배와 같았다. 연간 130억원의 정부 예산을 받는 문체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을 상대로 절차와 기준을 어겨가며 지인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관계자 해임을 요구하고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

2013년 10월 문체부 2차관에 내정된 김 전 차관은 다음해 초 체육인재육성재단에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재단은 국제 체육인 양성을 위해 체육인들을 대상으로 어학연수 및 스포츠경영 프로그램 수강을 지원하고 있었다. 김 전 차관의 지시는 연수기관을 미국 테네시대에서 조지아대로 변경하라는 것이었다. 재단 측은 ▦미국 정부가 공인한 영어교육프로그램 운영 ▦기숙사 제공 및 책임 있는 코디네이터 지정 ▦국제 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제공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2008년부터 테네시대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재단이 조지아대의 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다. 대학이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IEP(Intensive English Program)’라는 영어교육프로그램은 미 정부 교육훈련인가위원회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 테네시대의 ‘ELI(English Language Institute)’는 위원회 승인을 받아 비자 발급 근거가 됐지만, IEP는 비자 발급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또 조지아대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허술한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뿐 테네시대와 같은 국제 스포츠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없었다. 심지어 이전에 한번 지원했다가 퇴짜를 맞은 제안서를 거의 그대로 제출하기까지 했다.

재단으로부터 검토 끝에 대학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김 전 차관은 조지아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제안서를 보완하고 문체부가 지정한 심사위원 심사를 받도록 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이 같은 김 전 차관의 지시는 문체부 실무자들을 통해 재단에 전달됐다. 하지만 절차와 기준을 무시하고 진행된 심사에서조차 심사위원들은 조지아대를 연수기관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자 김 전 차관은 김모 재단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그런 식으로 일하지 마라. 내가 (차관으로) 있는 동안에 이 사업 재검토할거야”라고 화를 내며 재차 연수기관 변경을 강요했다. 문체부에 지시해 재단에 대한 표적 감사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지아대에서 사업을 주도한 대만계 미국인 J 교수가 김 전 차관과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재단 측은 체육계에서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로리다대의 프로그램 운영 교수가 송강영 당시 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연수기관 선정 후보에서 배제한 터라 더욱 난감했다. J 교수는 지난해부터 9월 조지아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 전 차관 장남의 지도교수로 알려졌다.

재단은 할 수 없이 조지아대와 연수 협약을 맺기로 했지만 대학 측은 재단이 요구한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제안조차 하지 않아 재단은 다시 테네시대와 협약을 맺었다.

김 전 차관의 전횡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내사에 착수하자 김 전 차관은 재단의 김 사무총장을 해고하라고 송 전 이사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송 전 이사장은 “정부에서 임명한 사무총장을 내가 어떻게 자르냐”며 거부했다.

김 전 차관에게 미운털이 박힌 재단은 지난해 말 해체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통합됐다. 곧이어 체육 인재육성 등 재단과 같은 사업목적을 내세운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K스포츠재단이 발족했다. 이전까지 재단은 체육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었다.

체육계의 한 원로는 “체육인에게 중요한 사업을 하면서 잘 운영되던 재단이 해체되고 같은 목적의 K스포츠가 생긴 것은 최순실씨와 김 전 차관이 주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재단이 원상복귀돼 과거의 기능을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