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들 전날 만나 불참 결정
의결 정족수 절반도 못 채워
정진석 ‘탄핵 로드맵’ 언급하자
“시간 끌기, 국민이 납득하겠나”
나경원·황영철·유승민 등 반박
김무성 “탈당·분당은 최후 선택”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두 동강 난 당의 모습이 여실히 증명됐다. 비박계의 요구로 소집된 의총을 친박계가 집단 보이콧하면서 비박계만의 의총이 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미래의 ‘신당’과 ‘친박당’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의총장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자리에 앉은 의원들은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나경원ㆍ정병국ㆍ황영철ㆍ이종구 의원 등 비박계가 대부분이었다. 당황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박계가) 의총을 보이콧 하기로 한 거냐”고 묻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친박계의 의도적인 보이콧”이라며 “아니라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비박계만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이날 의총 참석 의원은 63명 안팎으로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128명의 과반)를 채우지 못했다.
앞서 서청원ㆍ최경환·원유철·정우택·홍문종·유기준·윤상현 등 핵심 친박계 의원들은 전날 저녁 따로 만나 의총 참석 거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탄핵 의총’이 될 게 뻔한데 그런 자리에 왜 가느냐”고 되물었다. 의총에선 친박계가 의총 불참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 비공개 시간에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당내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의총 참석 여부까지 강요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 의원들은 정치권이 민심을 실현하는 길은 조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의총 초반에 “12월 2일 또는 9일에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후임 국무총리 선임, 개헌 추진 등과 맞물려) 이른바 ‘탄핵 로드맵’을 검토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나경원ㆍ황영철 의원 등이 잇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다. 비공개 시간에도 유승민 의원이 “그런 식으로 탄핵을 미루고 야당과 협상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의원들이 발언을 신청해 정 원내대표를 반박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는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한 이래 단 한 차례도 당을 바꾼 적이 없다”며 “그런 내가 당을 떠나고 싶겠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김 전 대표는 “탈당이나 분당을 하더라도 마지막에 다른 선택이 없어 불가피할 때 생각할 일”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다. 비박계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대표는 의총에서 아무 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반쪽 의총’에 정 원내대표는 다음주 초 다시 의총을 열겠다고 했지만, 친박계가 참석할지는 의문이다. 한 친박 강성파 의원은 “가봤자 싸움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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