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디데이’를 앞둔 야권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와의 연대 문제를 둘러싸고 친문 진영과 비문 진영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동참을 바라 보는 시각 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탄핵 이후 ‘개헌 정국’에 대비한 주도권 경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선 “친문 호헌파와 비문 개헌파의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한 친문 인사들은 새누리당은 비박계라 할지라도 연대의 대상이 아닌 국정농단 공범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탄핵안 동참 역시 사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부역자’로 규정하며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한 추 대표는 25일에도 “정치세력이나 개인은 어떤 조건이나 의도도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친문 인사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한 걸음 더 나가 비박계 회유에 앞장서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겨냥해 “오른손은 박근혜 정부 부역자들과 잡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공세에 박 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을 비난하면 도와주고 싶겠냐”라며 “처칠은 히틀러와 싸우기 위해 스탈린과 손을 잡아 전쟁을 이겼다.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서도 추 대표를 겨냥해 “목표가 탄핵안의 가결에 있는지, 괜히 폼으로 제출해놓고 (목표는) 부결로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대여 강경론으로 일관하는 친문 진영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 내에서도 나왔다. 김부겸 의원은 “압도적 다수의 탄핵 가결이 중요한 상황에서 부역자 운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추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두 세력의 대립을 탄핵 이후 개헌 논의 및 정계 개편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친문 진영으로선 새누리당 비박계를 ‘국정농단 공범세력’이란 꼬리표를 붙여 향후 개헌을 고리로 구축될 제 3지대에 대한 김 빼기에 나선 측면이 강하다. 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합쳐 제3지대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조기 개헌에 반대 입장을 밝힌 문재인 전 대표를 ‘반 개헌 세력’으로 고립시키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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