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Ⅱ 9번ㆍ한국사 14번 문항
교육부 오류 인정… 공신력 추락
최상위권 당락에 영향 가능성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가 2건이나 발견됐다. 한국사 영역에서는 답이 2개인 문항이, 과학탐구 물리Ⅱ 영역에선 답 없는 문항이 각각 나왔다. 교육 당국이 장담했던 ‘무결점 수능’ 또다시 깨지며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신력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사 14번 복수정답, 물리II 9번 문항 모두 정답 처리
평가원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7일 치러진 수능 문항과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검토한 결과 한국사 영역 14번 문항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되고 과학탐구 물리Ⅱ 영역 9번 문항은 정답이 없어 모든 답을 정답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보기에서 제시한 선고문을 보고 구한말 창간된 신문인 대한매일신보에 대한 옳은 설명을 찾는 한국사 14번 문제의 경우 원래 정답으로 제시됐던 1번(국채보상 운동을 지원했다) 외에 5번(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했다)도 정답으로 인정됐다. 영문 번역된 시일야방성대곡이 대한매일신보에도 게재됐다는 일부 수험생들과 교사, 학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로런츠 힘(하전입자가 자기장 속에서 받는 힘)을 이용한 속도선택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학탐구 물리Ⅱ 9번 문항은 정답이 없는 것으로 정정됐다. ㄱ~ㄷ 보기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도록 한 이 문항에서 평가원은 당초 정답으로 3번(ㄱ, ㄷ)을 제시했으나, 자기장 방향이 전제되지 않아 보기에 제시된‘ㄱ’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학회 자문 결과 이의가 받아들여졌고, 보기 ㄷ만 옳다고 한 답이 없어 ‘정답 없음’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9번 문항은 모든 답이 정답 처리된다. 정답 없음으로 결정된 것은 2014년 세계지리에 이어 두 번째다.
물리II 출제 오류로 최상위권 당락 영향 받을 듯
물리Ⅱ 9번 출제 오류로 최상위권 일부는 당락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목은 선택한 학생 수가 3,500여명(과학탐구 영역 지원자 대비 1.4%)으로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주로 응시한다. 최초 정답자가 67.7%(2,388명)였는데 모두 정답 처리되면 표준점수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점짜리 문제라 당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연세대와 고려대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가채점 결과로 추정할 때 1,140명 정도가 모두 정답으로 혜택을 받으면서 추가로 0.97점 정도 평균 점수가 상승하고 표준점수가 하락하는 점수대가 있을 것”이라며 “최상위권 학생 중 피해 학생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의 경우 절대평가 등급으로 성적을 매긴다. 주요 대학이 인문계 3등급, 자연계 4등급 이내면 감점을 하지 않아 이번 조치로 2점이 올라가도 당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4번 복수 정답 인정으로 13만5,000여명이 구제될 전망이다.
소송까지 벌이고도 오류 반복은 여전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2년 만이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8번의 전원 정답이,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생명과학Ⅱㆍ영어 영역의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김영수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가 반복된 데 대해 사과한 뒤 교육부와 협의해 수능 출제ㆍ검토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 모의평가 때부터 해당 방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 신뢰도는 이미 추락했다. 2014년 수능 세계지리 8번 정답을 놓고 소송전까지 벌인 끝에 결국 패소, 근 1년 뒤 성적 정정 및 추가 합격 조치를 해준 바 있다.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다시 복수 정답 문제가 나오면서 당시 김성훈 평가원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평가원은 이후 출제위원장과 동등한 위치의 검토위원장 직을 신설하고 영역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늘리는 한편 출제ㆍ검토 과정에서 교사 참여를 확대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류 반복을 막지 못했다. 2014년 말 교육부가 꾸린 수능개선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지난해 검토위원장 자리까지 신설하고도 출제 오류가 다시 발생했다는 건 위원들과 평가원이 안이했다는 증거”라며 “사명감을 갖고 정밀하게 출제ㆍ검토해야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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