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인수위원회가 향후 4년간 미국 외교를 책임질 국무장관직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당선인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국무장관 하마평에 오르자, 트럼프 측근 ‘충성파’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수석고문은 24일 트위터에서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롬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며 “트럼프 충성파들은 롬니 국무장관 발탁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헨리 키신저와 조지 슐츠 등 두 전직 국무장관을 언급하면서 “충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이는 반트럼프 노선인 롬니가 국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측근으로 꼽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롬니에 대해 “외국 장관들과 멋진 만찬이나 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롬니를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지지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국무장관 인선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누가 최종 낙점되느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외교 정책은 물론, 미국 내부 정치도 크게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온건 성향의 롬니 전 주지사는 ‘세계 경찰국가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중심을 잡아줄 적임자로 꼽힌다. 그런 롬니가 발탁되면 그를 지지하는 공화당 주류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줄리아니 전 시장이 국무장관에 오르면 충성파의 입지가 넓어진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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