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2년2개월 만에 새 총장을 맞았지만 학내구성원들의 반발로 취임식조차 하지 못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겹치면서 불복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경북대는 지난 25일 오전으로 예정된 제18대 총장 취임식을 연기했다. 정부는 지난 10월20일 자연과학대 수학과 김상동(57)교수를 임명했고, 신임 김 총장은 2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직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폭발했고, 먼저 경북대 총학생회가, 이어 경북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등 일부 구성원들이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총장임명을 부정하고 나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북대는 2014년 10월 김사열(60)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1순위로, 김상동 교수를 2순위로 추천했으나 그 해 12월 정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둘 다 임용을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후 김사열 교수의 소송제기 등 우여곡절 끝에 올 들어 순위 없이 두 사람을 다시 추천했으나 정부는 기대와 달리 김상동 교수를 임명했고, 그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김 총장은 24일 ‘경북대학교 식구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교수회의 동의를 거쳐 발령 다음날부터 총장업무를 시작했고, 학장회의와 교수회를 거쳐 처장들에 대한 인준까지 마쳤다”며 “하지만 아직도 몇몇 구성원들이 이견을 표출하고 있어 부득이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지난 2년2개월 동안 정부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대학이 자율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예정된 취임행사 연기에 따른 대외적 신뢰도 하락 보다는 소통과 화합이 우선임을 밝혔다.
정부의 ‘2순위’ 총장 임명에 반대해 온 ‘행동하는 경북대 교수연구자 모임’ 등은 정부의 총장임명 거부나 2순위 후보자 임명 등은 “부패한 정권이 대학 길들이기를 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단식농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총장 부재사태는 종식됐지만 총장의 귄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앞으로 경북대는 대학발전계획 수립이나 예산확보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이미 총장임명 절차가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철회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며, 김 총장의 자진사퇴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학자율성 회복과 발전을 위한 예산확보, 학내외 구성원으로부터 존경 받고 리더십을 갖춘 총장 임용 등 어느 것도 쉬운 게 없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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