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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외국어 습득보다 문화 이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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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외국어 습득보다 문화 이해 먼저”

입력
2016.11.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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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세계다문화박물관장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윤태 세계다문화박물관장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우리는 정체성과 다양성 사이에서 정체성에만 치우쳐 있습니다. 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침몰하는 것처럼 이 두 가지도 균형이 중요합니다.”

김윤태(40) 세계다문화박물관장은 25일 한국일보와 만나 “이제 우리의 정체성만 중요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도 다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다문화박물관은 김 관장이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외국어를 기술로만 배우려 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 아쉬움을 느껴 2007년 2월 설립한 곳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2011년 현 위치인 서울 은평구 불광동 5층 건물로 옮겼다. “다른 문화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문화적 소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아직 못 가본 사람에게는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4,000여점의 전시물이 가득하다. 초기에는 유아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는다고 한다. 기업이나 재단의 후원 없이 입장료 수입 등 자체 매출로만 운영해야 하는 빠듯한 상황이기에 김 관장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박물관을 만들려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박물관 관람을 돕기 위해 사립 박물관으로서는 드물게 비콘(Beaconㆍ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시스템도 도입했다. 전시물의 일정 반경 안에 해당 앱을 설치한 스마트 기기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정보가 기기에 노출되는 장치다.

김 관장이 박물관을 여는 데 큰 자극을 줬던 건 어릴 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쌓은 경험이다. “교육 사업을 하던 어머니의 권유로 중학생 때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었고요. 문화 콘텐츠 관련 일을 하며 다문화 분야에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소장품 가운데 그가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각국 대사들이 준 1,000여개의 전시물들이다. 김 관장은 “이스라엘 대사는 신문기사 스크랩북과 소장 서적을 모두 기증한 뒤 떠났고 케냐 대사도 한국을 떠나기 전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과 조각품을 모두 우리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했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김 관장과 인연을 이어가며 양국의 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전시물 중에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실제로 쓰이던 곤돌라도 있다. “베니스에 직접 가서 운행 중이던 것을 들여왔습니다.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9개월이 걸렸어요. 11m나 되는 크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개조, 보수 후 3층에 전시해 놓았죠. 특히 애착이 가는 소장품이죠.”

세계다문화박물관은 단순히 전시만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실도 있고 500여벌의 다양한 국가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5층 강당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결혼식을 열기도 한다. 내달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계의 이색 크리스마스를 체험하고 여러 나라의 크리스마스 음식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독일, 카메룬,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프랑스 터키 등에서 온 직원 및 봉사자가 관람과 체험을 돕고 있다.

김 관장은 국내에 친숙하지 않은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어권 나라나 유럽 강대국에만 열광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역할은 여러 나라의 문화를 연결해주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래서 남미의 파라과이, 중동의 오만과 이란 같은 나라를 정해 특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해외 문화를 접할 때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김 관장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틈틈이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다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포럼과 강연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문화는 저 같은 개인이 혼자 하기엔 너무나 큰 화두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많이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요. 박물관만 해도 광화문 인근에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민족박물관이 하나쯤은 생겼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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