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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ㆍ음악으로 엿보는 선조들의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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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ㆍ음악으로 엿보는 선조들의 삶의 태도

입력
2016.11.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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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주 지음

김영사 발행ㆍ284쪽ㆍ1만4,800원

은일(隱逸), 숨어살기를 선비의 지향으로 생각했던 선조들은 산수화를 많이 그렸다. 헌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다. 조선의 미치광이 화가 최북은 산수화를 그려줬더니 산은 있는데 물이 없느냐는 타박을 받았다. 그러자 “야 이놈아, 그림 바깥이 다 물이다”고 응수한다. 산수화란 인간이 바라보는 자연과 본래의 자연의 다툼과 조화를 기록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옛 그림 속에 담긴 메시지를 놓치기 쉽다.

옛 그림과 소리의 만남을 전하는 손철주의 책은‘흥(興)’이란 제목을 달았지만 들뜨지 않았다. 옛 사람들은 음악을 예(禮)와 악(樂)의 조화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에는 악기가 있돼 음악이 없다. 음악이 없지만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문인 화가 이경윤의 ‘월하탄금(月下彈琴)’이 맞춤 사례다. 이 그림에는 줄 없는 거문고를 타는 고고한 선비, 그에게서 느껴지는 고아한 흥취가 묻어난다.

‘은일’ 다음의 주제는 아집(雅集), 아름다운 모임이다. 이인문의 ‘설중방우(雪中方友)’를 보면, 집의 모든 문은 열려 있고 담장은 키가 낮다. 시동에게도 어서 들어오라고 하는 아이의 손짓은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름다운 모임이란 소통의 장이다.

마지막에 풍류(風流)를 다루는데, 가장 도드라지는 화가는 단연 신윤복이다. 저자는 신윤복의 뛰어난 연출력을 강조한다. 그의 ‘상춘야흥(賞春野興)’에는 등장인물들이 거문고를 타는 남자를 바라본다. 명인의 가락에 홀려서일까. 아님 거문고 줄이 끊어져서 시선이 모인 걸까. 신윤복의 그림은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한다.

저자는 우리 것이 좋다고 한다. 한의 정서 같은 저마다의 문화적 특질은 다른 나라도 다 있다면서, 도대체 왜 우리 것이 좋다는 걸까? 다산의 시로 답했다. ‘백가지 꽃을 꺾어다 봤지만/ 우리집의 꽃보다 못하더라/ 꽃의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우리집에 있는 꽃이라서 그렇다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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