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진 9일 만에 오늘 0시 발동
가금류 관련 사람ㆍ차량ㆍ물품 대상
이미 영남권 제외한 전 지역 확산
여론만 보다 뒷북 대응 지적도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첫 확진이 나온 지 9일 만에 가금류 및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전국적 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영남권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된 뒤여서 뒷북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말이 AI 확산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전국 가금류와 관련한 사람, 차량, 물품 등에 대한 이동중지 명령을 26일 0시부터 발령한다고 밝혔다. 이동중지 명령은 28일 0시까지 48시간 지속된다. 이 명령이 발동되면 가금류 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등의 종사자와 차량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이동 중인 가금류 관련 사람ㆍ차량ㆍ물품도 축산농장이나 축산 관련 작업장이 아닌 방역상 안전한 장소로 즉시 이동해야 한다.
가금류 농가 관계자는 주말 동안 촛불시위 등 외부 일정에도 참가할 수 없다. 방역당국관계자는 “명령 기간에는 방역당국 승인 없이 농가나 시설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며 “발생 농가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동중지 명령을 위반하면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부득이하게 꼭 이동을 해야 한다면 시ㆍ도 가축방역기관장(가축위생시험소장) 승인을 받고 방역조치를 받은 다음 이동할 수 있다.
정부는 전날 가축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위기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지만, 전국 단위 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각지에서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방역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이동중지명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전북 김제시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6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16일 전남 해남군에서 첫 확진이 나온 이후 9일 동안 AI 확진 지역은 4개 도, 6개 시ㆍ군으로 늘었다. 이날에도 경기 안성시와 이천시의 닭 사육농가 등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후속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이 AI 발생 장기화 여부를 가르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발생 사례에 비춰 첫 발생 후 1~2주 이내에 의심신고가 집중되는데, 이번 주말 이동중지명령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닭ㆍ오리 농장 방문을 자제하고, 철새도래지에 여행을 갔을 때 철새 분변이 신발 등에 묻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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