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기업 인증기준 강화
식품ㆍ화장품 통관 불합격 증가
폴리실리콘 반덤핑 재조사 등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 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최근 중국의 무역규제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후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 쌓기에 주력해 온 중국이 점차 반덤핑 관세 등 직접적인 무역규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25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단 한차례도 수입규제 정책을 펼치지 않았던 중국은 지난 9월 한국산 설탕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갔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입국이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할 수 있는 무역장벽의 하나다. 중국은 또 지난달엔 화학제품인 폴리아세탈(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POM은 자동차 부속품, 공업기계 등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 지난 22일 폴리실리콘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 방침도 밝혔다. 폴리실리콘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 제품이 중국 수입시장 1위다. 중국이 재조사를 거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케미칼, OCI 등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비관세 장벽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최근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의 인증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내 놨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 생산 기업의 연간 생산능력을 종전 2억와트시(Wh)에서 80억Wh로 40배 높이겠다는 것. 이 방안이 확정되면 중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와 LG화학 등은 중국 사업이 사실상 원천 봉쇄될 수도 있다.
한국 제품의 중국 통관 불합격 건수도 늘고 있다. 1~9월 중국이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에 대해 수입 통관 불합격 조치를 내린 건수는 148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불합격 건수 13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불합격 건수 1~3위였던 대만, 미국, 한국 중 통관 불합격 조치가 늘어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중국이 관세, 비관세 영역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무역규제 조치를 휘두르자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에 따른 중국의 본격적인 무역 보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한류 차단을 위해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금한령(禁韓令)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지며 이러한 시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난달부터 중국 공연을 승인 받은 한국 연예인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한류 스타를 활용해 현지 마케팅을 벌여온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무역 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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