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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의 애니공감] 암컷 코끼리로부터 배우는 리더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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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의 애니공감] 암컷 코끼리로부터 배우는 리더의 자질

입력
2016.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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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수코타이의 분랏 코끼리 보호소 내 코끼리들이 강 속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분랏 코끼리 보호소 페이스북
태국 수코타이의 분랏 코끼리 보호소 내 코끼리들이 강 속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분랏 코끼리 보호소 페이스북

“요즘 코끼리가 제일 부러워요.”

“왜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동물이 부러워서? 과자를 주면 코로 받고 싶어요? 하하”

코끼리가 부럽다는 말에 흔히 보이는 반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동물과 인간을 이야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방송 때문에 어설프나마 동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매번 동물들의 능력에 감탄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 중 하나가 바로 코끼리다. 알면 알수록 코끼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코끼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매우 사회적이고 지능적인 동물이다. 인간과 유사한 뇌 구조를 가진 것은 물론 자의식을 갖고 있다.

코끼리가 물살에 휩쓸려간 아기 코끼리를 돕고 있다. Kicheche Camps 유튜브 캡처
코끼리가 물살에 휩쓸려간 아기 코끼리를 돕고 있다. Kicheche Camps 유튜브 캡처

원래 코끼리는 수많은 동료와 함께 야생에서 자유롭게 산다. 매일 수십㎞의 거리를 먹이를 찾으며 이동하는데 며칠 혹은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다른 동료와 끊임없이 사회적 접촉을 하면서 교류하도록 진화한 사회적인 뇌를 가진 동물이다.

복잡한 인지 능력 외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남다르다. 자식을 잃은 어미코끼리가 새끼를 살려보려고 애를 쓰며 며칠 동안 죽은 새끼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일주일이 넘도록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슬픔에 잠기는 모습이 종종 관찰된다. 코끼리가 죽은 코끼리의 몸에 나뭇가지나 흙을 덮어주는 모습도 목격된다. 동료나 가족이 죽은 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잊지 않고 뼈가 남아있는 장소를 찾아가 애도를 하는 모습은 지금 살고 있는 우리보다 더 나은 모습에 고개가 숙연해질 정도다.

거대한 덩치에 똑똑하고 이성적이고 동시에 감성도 풍부하다. 물론 코끼리의 이런 점이 멋진 것은 사실이지만 부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 정확히 말하면 코끼리가 사는 사회가 부럽다.

코끼리 사회는 여러 가족이 집단을 이룬다. 각 가족들은 집단 내에서 나름의 자유를 누리며 산다. 코끼리 사회가 강한 소속감과 가족이라는 정체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은 인간사회와 비슷하다. 서로 지배 받지 않고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유대감을 드러내는데, 매우 섬세하고 복잡하다.

코끼리 사회에서는 덩치가 크고 나이가 많은 암컷 코끼리가 우두머리로서 무리를 이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끼리 사회에서는 덩치가 크고 나이가 많은 암컷 코끼리가 우두머리로서 무리를 이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끼리 사회에서는 덩치가 크고 나이와 경험이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다. 우두머리 암컷은 지형과 공간 정보, 관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먹이를 얻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모두 기억한다.

서식지에 더 이상 먹이가 없으면 무리를 데리고 다른 서식지로 옮기는 먼 여행을 결정한다. 비상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환경의 생태 정보와 사회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해 집단을 안전하게 이끌어간다.

뿐만 아니라 우두머리 코끼리는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적 질서를 유지한다. 이는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개념과 다르다. 위기상황에서 더욱 존재가 두드러지는 공동체 ‘촌장’의 개념에 가깝다.

촌장의 주요 임무는 위기관리다. 평소에는 촌장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위기가 닥치면 부각된다. 먹을게 부족해지면 여기저기 나무를 쓰러뜨려 키가 작은 코끼리와 어린 코끼리들이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밀렵꾼이 나타나거나 맹수가 공격하면 온 몸으로 방패가 돼서 동료들을 보호한다. 실제로 야생에서는 밀렵꾼이 접근했을 때 무리를 구해내느라 몸 전체에 총알이 박혀있는 우두머리 코끼리를 더러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코끼리 촌장은 집단의 절대적인 신임과 숭앙을 받는다.

이런 우두머리가 있다는 것은 동물일 망정 부러운 일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우두머리 노릇은 어렵다. 집단을 이끌 카리스마, 힘, 냉철함과 현명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집단이 안전하게 번창할 수 있다.

요즘 과학계에서는 동물에게서 사람과 유사성을 찾아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는 연구들을 많이 하고 있다. 우두머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코끼리를 통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 지도자를 보며 코끼리 우두머리 생각이 간절하다.

박정윤 수의사(올리브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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