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을 처음 만난 건, 그녀가 고작 스물두 살이었을 때다. 그녀는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 바짝 언 얼굴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앉아 있었다. 이사 한 분과 내가 그녀와 마주 앉았다. 별다를 것도 없는 몇 마디가 오간 뒤 이제 일어서려고 할 즈음 이사가 물었다. “부모님은 어떤 일을?” 생뚱맞은 이사의 질문에 내가 화들짝 놀랐다. M이 천천히 대답했다. “안 계시는데요.” “안 계시다는 건?” “돌아가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큰어머니 보살핌에 자랐다는 이야기까지 듣고서야 이사는 그녀를 돌려보냈다. 내가 짜증을 냈다. “왜 그런 걸 묻고 그러세요?” 이사는 별 꼴을 다 본다는 듯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도리어 신경질을 냈다.
나는 M이 딱히 적절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순전히 창피해서 그녀를 채용했다. 무식하고 예의 없는 회사라는 욕을 먹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M은 아주 오래 우리 회사에 다녔다. 그러는 동안 나와 가장 자주 밥을 먹었고 제일 잔소리를 많이 들었고, 나는 치사하게도 직원들 중 M을 마냥 아껴서 대놓고 편애를 했다. 이제 그녀는 사표를 내고 8개월 된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중이다. 우리는 아기들의 몸무게와 뽀로로와 핑크퐁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위층 집 층간소음이 보통 아니어서 괴롭다는 이야기도 하고 아기가 더 자라면 꼭 필로티가 있는 2층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고 다정했다. 오늘은 M이 보낸 닭갈비가 도착했다. 아마 며칠 전 내가 쓴 춘천 닭갈비 운운한 칼럼을 읽은 모양이었다. 그러니 오늘 밤엔 닭갈비를 구워 소주 한 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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