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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리더와 팔로어

입력
2016.11.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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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집단을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란 단어에 ‘사이 간(間)’을 쓰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 즉 관계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조직, 가치, 규범을 만들고 질서와 문화를 이루며 산다. 크고 작은 모든 조직에는 리더가 있는 법이다. 좋은 리더는 좋은 조직, 좋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리더의 역할은 위기상황에서 더 두드러진다. 항해 중 거센 풍랑을 만나면 선원들은 선장을 쳐다본다고 한다.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를 때 리더를 찾게 된다. 미래가 안 보일 때 짠하고 나타나 비전을 제시하며 앞장서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누구나 이런 리더를 원하고 또한 스스로 이런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 리더에게는 자질과 능력이 필요하다. 카리스마, 사람을 끄는 매력, 판단력이 있어야 하고 공감능력, 소통능력, 창의성, 통찰력도 뛰어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걸출한 지도자 한 명이 혜성처럼 나타나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바꾼 일은 왕왕 있다. 인도의 간디도 그런 지도자다. 얼마 전 방송에서 한국말 잘하는 인도사람이 나와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민족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난 것은 1869년. 인도 사람에게 1869년이 어떤 해냐고 물으면 대부분 간디가 태어난 해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러면 1871년은 어떤 해냐고 물으면 간디가 두 살 되는 해라고 답한단다. 그 정도로 인도현대사에서 간디의 비중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절대지존의 리더가 미래사회에도 가능할까. 모르긴 해도 아마 어려울 것이다. 미래에도 리더는 분명 있겠지만 리더 한 명이 세상을 좌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화가 빨라지면 리더가 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다양한 분야 지식을 통달하기도 힘들고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기도 어렵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리더라도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리더를 따르고 도와주는 팔로어 없이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실 리더만 있는 조직은 없다. 따라오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 나 홀로 깃발 들고 리더로 나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리더십은 무의미하다. 함께 하는 직원이 없을 때 사장의 비전과 통찰력은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리더 한 명이 모든 걸 좌우한다면 그건 전체주의적인 문화다. 절대왕정시대 절대권력을 가졌던 전제군주를 민주적 리더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좋은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리더를 잘 보필하는 스태프와 의식이 깨어있는 국민이다. 또한 합리적인 중간간부와 건전한 생각을 가진 직원이 있어야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 리더뿐만 아니라 팔로어에게도 자질과 태도가 필요하다. 팔로어십도 리더십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리더를 비판하고 힐난만 해서는 안 된다. 비판이나 비난만큼 편하고 쉬운 것은 없다. 대안 없는 비판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비난은 맹목적이다. 건전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좋은 팔로어가 많아져야 한다. 리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를 지지하면서도 때로는 입바른 소리, 애정 어린 질책도 하고 대안도 제안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팔로어의 역할은 더 크다. 실제 조직경영이나 리더십 연구를 보면 리더의 조직기여도는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90%는 리더를 보좌하는 팔로어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리더만 바꾼다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리더가 중요하지만 리더가 전부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변화되려면 문화를 바꿔야 한다. 리더와 팔로어가 각자 맡은 바 역할을 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 또한 팔로어가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참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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