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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출판사 첫 책] ‘생명의 교실’(2014)

입력
2016.11.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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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구에게나 ‘첫 번째’는 큰 의미가 있다. ‘생태 전문’ 1인출판사가 되기로 마음 먹고 난 후, 어떤 책을 ‘첫 번째’로 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목수책방의 관심사와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책, ‘생태’라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만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내 저자면 좋았겠지만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출판사에 귀중한 원고를 제공해 줄만한 저자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름이 알려진 해외의 유명 저자 책 역시 판권 비용을 비롯해 넘을 수 없는 산이 많았다. 결국은 ‘발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해외 도서전도 가보고, 에이전시에 추천도 받아보고, 이런 저런 관련 검색어를 넣어가며 아마존도 열심히 뒤졌다.

그렇게 해서 ‘아마존재팬’에서 발견한 책이 바로 ‘생명의 교실’이다. 가와바타 구니후미라는 일본의 생물학자가 쓴 에세이로 주제가 ‘생명’이다. ‘생명’은 다소 무겁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주제지만 누구나 평생 붙들고 있어야 할 근본적인 화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잘 팔릴까?’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이상하게 ‘생명’이라는 주제에 마음이 끌렸다.

사실 우리는 인간을 비롯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고, 늘 어딘가에서 탄생과 죽음의 순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여기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살아 숨 쉬는 다양한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명’이란 생태 전문 출판사 목수책방이 존재하는 한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주제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 출판사의 첫 책으로 삼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목을 고민할 때도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이 내 주위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교실’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그리고 ‘어느 생물학자의 생명탐구 여행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조카에게 네가 생각하는 자연과 생명의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해서 표지와 목차 페이지에 사용했다. 볼펜으로 그린 서툰 그림이지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순수한 마음 같은 것이 반영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자연과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책들의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다.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생명의 교실’이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올챙이, 춤파리, 꿀벌, 꽃발게, 병아리, 장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에 관한 이야기부터 환경오염이나 소외계층 문제, 교육 문제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에 탑승한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이며, 생명공동체의 생존은 결국 모두가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목수책방은 앞으로도 ‘생명’에 관한 이 명확한 메시지가 출간되는 모든 책에 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내려고 한다.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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