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토는 8세기 후반 헤이안쿄(平安京ㆍ평화와 안정의 수도)로 불린 이후 19세기 메이지 시대가 개막하기까지 무려 천 년 이상 일본열도의 수도로 자리했다. 오랜 문화 덕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 선정에서 제외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안팎으로 그 찬란함을 인정받아왔다.
서울 관광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없듯, 교토에서도 며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사카, 교토, 고베 등으로 이어지는 간사이 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겐 넉넉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교토에 머물 시간이 길지 않은 이들을 위해 천 년의 수도를 하루 만에 알차게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청명한 오전에는 아라시야마에서 자연을
교토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저위도에 위치하여 한국보다 벚꽃은 빠르고 단풍은 느리다. 12월 초까지 단풍의 절정을 즐길 수 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시 서편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헤이안 시대 귀족 별장지로 개발된 것이 그 시작이다. 전철 한큐선 아라시야마역에서 나오자마자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한번쯤 들어봤을 150m 길이 목조다리 ‘도게츠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 ‘텐류지’,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는 대나무 숲 ‘치쿠린’이 있다. 전철역에서 도게츠교를 건너 왼쪽으로 들어가 걷다 보면 왼편에 텐류지 입구가 있고, 텐류지를 지나쳐 좀 더 걸으면 왼편에 치쿠린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그러나 막상 아라시야마를 걷기 시작하면 굳이 명소를 따질 이유가 없다. 눈길이 돌아갈 때마다 새로운 감탄이 터진다. 도게츠교가 나오기 전에 펼쳐진 넓은 산책길, 도게츠교 아래를 흐르는 냇물, 그리고 텐류지로 들어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여러 잡화점들이 온통 아라시야마를 찾는 이유를 설명한다.
마을은 생각보다 넓다. 인력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다. 한큐 아라시야마역 앞에 대여소가 있으며 2시간에 500엔, 하루 900엔에 빌릴 수 있다. 2시간이면 충분하다.
오후에는 기모노 입고 키요미즈데라 노닐기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이나 북촌을 걷는 것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교토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기모노(여름의 경우 유카타)를 빌려 입고 기온거리와 근처의 여러 사원, 그리고 키요미즈데라를 노닌다. 여기저기서 기모노를 입고 셀피를 남기는 사람과,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함께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대여점은 ‘쿄에츠’ 가와라마치점 또는 기온점이다. 3,500엔부터 5,500엔까지 종류에 따라 다르며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000엔 할인된다. 남자 옷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커플로 대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쿄에츠 기온점 영문 홈페이지(http://kyoetsu-gion.com/en)참고.
교토의 랜드마크는 뭐니뭐니해도 키요미즈데라다. 단풍 여행의 대명사라 할 만큼 특히 가을 그림이 일품이다. 기모노를 입고 키요미즈데라에서 남기는 사진 한 장은 수년 후에도 여행 당시를 회상할 만한 베스트 컷이 될 수 있다. 올라가는 길 좌우에 교토의 느낌이 듬뿍 담긴 부채나 술병과 술잔 세트, 차 등을 파는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에 키요미즈데라를 즐기는 것이 우선이다. 기념품은 돌아오는 길에 살펴본다.
시간이 남는다면 인사동 느낌의 기온거리나, 단풍이 아름다운 야사카 신사에 들러 일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다. 기모노를 입을 경우 걷기 불편하므로 교토 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패스를 미리 구입하여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낫다.




해 지면 기온거리에서 교토의 맛 탐험
교토의 밤거리를 즐기려면 기온거리와 가와라마치역 근처로 가자. 일본 정식부터 오반자이(가정식), 이자카야, 프렌치 음식까지 온갖 식당이 즐비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이나 각종 음식점의 조명이 불을 밝히는 이태원의 밤거리를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특히 기온거리가 있는 히가시야마구(Higashiyama-ku)는 교토 시내에서 미슐랭 식당이 가장 많은 구역이니 만족스러운 음식을 맛볼 확률이 높다.
아라시야마를 오전시간에, 기온거리와 가까운 키요미즈데라를 오후시간에 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 한국인들에게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하루에 메인 메뉴(스테이크)를 100팀에게만 제공한다는 ‘백식당’은 가와라마치역에서 가깝다. 따라서 오전 9시 30분에 백식당을 예약하고자 한다면 오전과 오후 일정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보자.

이 거리의 식당들은 대체로 그리 넓지 않은데 반해 사람이 워낙 붐비기 때문에 대기자가 많은 편이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꽤나 길다. 또한 든든한 식사 종류는 한끼에 2,000엔~3,000엔(한화 약 3만 3,000원) 이상의 메뉴들이 다수이며 사케나 맥주까지 곁들인다면 절대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각 식당에서 자랑하는 셰프의 손길이 스며든 음식들이므로 맛 하나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일본의 음식, 특히 국물요리는 대체로 한국보다 짜다. 조금 맛보고 나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점원에게 미리 물어보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교토에서의 하루, ‘Oneday in Kyoto’영상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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