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스티븐 제라드(36)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제라드는 25일(한국시간) 은퇴 성명을 통해 “최근 나의 미래와 관련된 각종 언론 보도들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프로축구 선수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며 “선수로 뛰는 동안 믿기지 않는 기록들을 세웠다. 리버풀은 물론 잉글랜드 대표팀과 LA 갤럭시에서 지낸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고 발표했다.
소속팀인 LA 갤럭시와 결별을 선언한 뒤 현역 생활 연장과 지도자 변신을 놓고 고민해온 제라드는 19년 동안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 지도자로서 ‘제2의 축구인생’을 준비한다.
제라드는 7살인 1987년 리버풀 유스팀에 입단해 1998년 11월 29일 블랙번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고, 2015년 1월 LA 갤럭시로 이적하기 전까지 리버풀에서만 총 710경기(정규리그 504경기·각종 컵대회 206경기)를 뛰며 186골을 넣었다. 그는 리버풀에서 17시즌을 보내는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2005), UEFA컵(2001), 리그컵(2001ㆍ2003ㆍ2012), FA컵(2001ㆍ2006년) 등 다양한 우승 경험을 맛봤지만 아쉽게도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는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제라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114경기(21골)를 뛰어 피터 쉴턴(125경기), 웨인 루니(119경기), 데이비드 베컴(115경기)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많은 A매치를 소화한 선수로 기록돼 있다. 2000년 우크라이나와 A매치에서 처음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2008년부터 주장을 맡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완장을 찼다.
제라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38경기를 뛰어 바비 무어, 빌리 라이트(이상 90경기), 브라이언 롭슨(65경기), 데이비드 베컴(59경기)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주장 완장을 오랜 찬 선수로 남았다.
제라드는 “현역 생활 동안 수많은 환상적인 순간들을 경험한 게 행운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리버풀에서 710경기를 뛴 게 자랑스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이스탄불의 밤”이라고 말했다. 당시 리버풀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반을 0-3으로 뒤졌지만 제라드는 포기하지 않고 추격골을 넣고, 동점골의 실마리가 되는 페널티킥까지 유도했다. 기적적으로 3-3 동점을 만든 리버풀은 승부차기 끝에 정상에 섰다.
그는 이어 “대표팀에서 114경기나 뛰면서 주장까지 맡았던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 입었던 자랑스러운 내 모습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제라드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지금은 많은 옵션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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