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탈당파 모이면 제 4지대
기존 제3 지대와 합류 시나리오
김무성 “친박·친문 빼고 누구든…”
남경필 “철학·룰 공유한다면 참여”
국민의당 “비박과 연대 가능” 신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손질하자는 개헌 공감대를 동력으로 정치권이 제3지대론, 제4지대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4지대는 새누리당 선도탈당파에 이은 추가 탈당세력이 모이는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제3지대는 이 중도보수 신당과 국민의당 등 중도를 표방한 정당이 뭉친 중도진영을 뜻한다.
이 같은 정계개편론은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시동을 걸었다. 김 전 대표는 ‘탄핵안 발의→현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인적쇄신’이란 당의 재건 로드맵을 주류 친박계가 막거나 반대할 경우 탈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전 대표와 친김무성계 의원들이 앞서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을 비롯한 원외당협위원장 8명 등과 힘을 합친다면 자연스럽게 탄핵 찬성을 고리로 한 제4지대가 형성된다. 김용태 의원은 24일 본보 통화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위한 원내교섭단체(20명) 구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비박계 중진 의원도 “지도부가 끝내 박 대통령을 비호하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이 개헌을 추진 중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 등 범보수 진영과 뭉치면 제4지대의 공간은 더 넓어진다. 초유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매 정권 말 드러나는 권력형 게이트, 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반복되는 폐단인 만큼 ‘87년 체제’를 이 참에 손질하자는 공동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 역시 2014년 당 대표 시절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바 있는 개헌론자다.
당 주류인 친박계도 분당 불가피론을 거론하고 있어 제4지대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탈당하고 분당하겠다는데 그렇게 하면 더는 싸울 일이 없는 것 아니냐”“탄핵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같이 당을 하기 어렵다” 등의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4지대가 기존의 제3지대와 합쳐지면 여권발 정계개편의 폭은 더 커진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친문재인)ㆍ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세력과도 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결집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론이다. (연대에) 한계는 없다”고 밝혔다. 남 지사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비박ㆍ비문과의 만남’에 대해 “철학과 룰을 공유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참여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제3지대에서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던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과 당의 기반인 호남 민심 때문에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지만, 결국은 연대 논의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금은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도 “거기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도 (비박계와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