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ㆍ넷마블게임즈서
개발자들 자살ㆍ돌연사 잇따라
과도한 업무ㆍ열악한 처우 지적
게임업체 개발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과열 경쟁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업계 종사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는 지적이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경기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10층에서 20대 여직원 A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개발자였던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사망 사건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1일에는 넷마블게임즈의 개발 자회사 네오 소속 B씨가 돌연사했고, 지난달에는 넷마블의 개발자 박모(36)씨가 서울 구로동 사옥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박씨는 회사 자산인 거액의 게임 아이템을 불법 유통시킨 사실 등이 적발돼 해고 통보를 받았었다. 그는 비위 행위에 대한 사내 조사를 받으면서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직원들에게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씨는 고압적ㆍ인신모독성 발언과 비아냥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면담 과정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경찰에 전달했고 고압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에선 지난 7월에도 모바일 게임 ‘길드 오브 아너’ 그래픽을 담당한 직원이 숨지는 등 올해에만 세 차례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잇따른 사망은 높아진 업무 강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PC게임의 평균 개발 기간은 3~5년이었으나, 경쟁이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게임 개발 기간이 수개월 단위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출시를 앞둔 개발자들은 관행처럼 야근과 휴일 출근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 대기업은 급여가 나은 편이지만, 소규모 개발사의 초임 연봉은 2,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계약서에 제시된 시간 이상을 일하더라도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도 게임업계의 오랜 악습이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2012년 이후 국내 게임업계는 회사 매출은 증가하지만 개발자 등 직원 숫자는 계속 감소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반면 급여, 복지 등은 변화가 없어, 처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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