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 경보 단계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일주일 전 충북 음성의 한 오리 사육농장에서 시작된 AI가 철새 도래지가 많은 서해안을 따라 중부 내륙과 수도권으로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H5N6형 AI바이러스는 폐사율이 높고 전염성도 강해 축산 농가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무엇보다 전파 속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더구나 계절적 이동을 하지 않는 국내 야생 텃새에서도 AI가 확인됐다. 정부의 늑장대처로 초동 방역에 실패하면서 전국적으로 AI가 번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적으로 60여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가운데 국내 최대 닭산지인 포천에서도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농가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어제 전문가와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가금류 이동제한 등 대책을 논의했다.
우리가 AI 확산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까닭은 방역ㆍ살처분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AI에 따른 재정 투입액은 2,385억원에 이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살처분 매몰 비용도 상당하다. 이동중지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 축산물 불신에 따른 소비 급감 등 2차 피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처럼 AI는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만큼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총력전을 펴야한다. 축산 농가들은 농장 내부와 출입차량 소독에 철저를 기하고, 시민들은 철새 도래지와 축산농가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방역당국도 좀더 과감한 이동제한과 도축장에 대한 종합방역 등 철저한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 여파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재난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는 장관마저 사실상 공석이어서 소속 공무원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관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AI가 자칫 인체감염 등 걷잡을 수 없게 번지지 않도록 이완된 위기대응 태세를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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