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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와중에…AI 방역망도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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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와중에…AI 방역망도 뚫렸다

입력
2016.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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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만에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산

정부, 가축 이동중지 명령도 결정 못해

23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 당국이 살처분 및 방역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 당국이 살처분 및 방역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구멍 난 정부의 방역망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1주일만에 수도권 등 전국으로 번지면서 AI 조기 차단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방역당국이 AI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탓만 하다가 조기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3개 도 5개 시ㆍ군 14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바이러스가 확진돼, 이날까지 닭과 오리 등 가금류 64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역까지 포함하면 영남권을 제외한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남에서 해남군(닭)과 무안군(오리), 전북은 김제시(오리), 충북은 음성군(오리) 진천군(오리) 청주시(오리), 경기는 포천시(닭) 양주시(닭) 등 남해안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전 지자체에 AI가 확진됐거나 검사가 진행 중이다. 강원 원주시에서도 국내 텃새인 수리부엉이에서 AI가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는 2014년 4월 이후 최근까지 베트남 라오스 홍콩 중국 등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국내에서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채취된 충남 천안시 봉강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처음 검출됐으며 이후 만경강(10일), 삽교호(15일) 등 철새 분변에서도 잇따라 같은 형의 바이러스가 나왔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번 AI가 철새의 유입 및 이동에 의해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철새만 원인으로 꼽고 철새 서식지 등을 중심으로만 수동적 방역을 펼친 정부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진행 양상을 보면 바이러스가 첫 발생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기 보단,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도 늦었다. 봉강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바이러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11일인데 가축방역심의회는 일주일 만인 18일에 처음 개최됐고, 지자체 방역 현장방문 등 대응체계 점검도 19일에야 시작됐다. 이미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 등 두 개 농장에서 AI 의심축이 확인된 상황이었다. 이번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등 인체 전이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이날도 정부는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나 전국 일시 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을 결정하지 못한 채 ▦가금시설 및 차량에 대한 일제소독 ▦검역본부 및 지자체 점검반을 통한 소독실태 점검 등의 방안만 내놓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철새 때문이 아니라, 평상시 방역 실패로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전파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AI 바이러스는 따뜻할 때는 활동성이 낮지만, 겨울철이 되면 활동성이 높아진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철새 분변에서 검출되는 바이러스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 이렇게 급속히 퍼지기 어렵다”라며 “바이러스가 닭·오리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겨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 교수는 “한 마디로 정부가 평시 방역에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농가의 허술한 관리에 대한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AI가 반복되는 농가에 가하는 제재는 보상금을 일부 깎는 정도다. 송찬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보상금을 계속 주게 되면 농가는 AI에 관계없이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동 방역에 실패한 만큼, 전문가들은 이번 AI도 장기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생철새뿐만 아니라 강원 내륙지방에 서식하는 국내 텃새 수리부엉이에서까지 고병원성 AI가 검출됨에 따라 이미 전국적으로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윤정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연구원은 “겨울철이라 바이러스가 활발히 움직여 농가간 전파까지 일어난다면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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