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치 곤란했던 ‘커피 찌꺼기’
원두 수입 10년 전보다 62% 급증
생활쓰레기로 하루 140톤 버려져
수거한 후 버섯 재배 퇴비 등 사용
2. 매장들 종량제 봉투비 절약
수거비 무상에 환경 오염도 줄여
市, 모든 커피 찌꺼기 재활용 방침

24일 오전 손님으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 인근의 C커피전문점. 분주하게 커피를 만들던 종업원이 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찌꺼기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물질을 일일이 분리한 커피 가루는 종량제 봉투 대신 ‘커피찌꺼기 수거통’이라고 적힌 흰색 플라스틱 용기 속으로 들어갔다. 지난 이틀 동안 이렇게 채워진 용기는 모두 3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몇 달 전까지는 하루에 엄청나게 발생하는 커피찌꺼기를 모두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했다”면서 “이제는 통에 담아놓기만 하면 수거업체가 가져가 재활용을 해 비용도 절감되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 지속적으로 참여할 생각”고 전했다.
한 해 생활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찌꺼기가 늘어나면서 커피찌꺼기를 따로 수거해 친환경적으로 이용하는 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서울시와 민간 재활용업체, 커피전문점과 손잡고 두 달짜리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재활용사업은 순풍을 타고 최근 5개월로 연장됐다.
시가 커피찌꺼기 재활용에 직접 나선 것은 커피 소비가 늘면서 생활쓰레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 관세무역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 수입된 커피 원두는 13만9,000톤으로 2004년 대비 62% 증가했다. 이는 엄청난 양의 생활 쓰레기로 이어진다. 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지는 커피찌꺼기가 하루 평균 140여 톤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 배출된 커피 찌꺼기를 전부 매립 또는 소각된다고 가정했을 때 종량제 봉투 구매비용(20ℓㆍ450원)으로 환산하면 비용만 연간 약 11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커피전문점들의 관심도 클 수 밖에 없다. 사업 첫 달에는 종로구에 있는 33㎡이상 면적의 매장 32곳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업체가 늘어 45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45개 매장에서 하루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는 평균 2.5톤. 수거 비용이 무상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매장은 커피찌꺼기 배출에 썼던 종량제 봉투 구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수거한 커피찌꺼기는 주로 버섯 재배에 필요한 배지(培地)로 활용한다. 버섯을 키울 때 영양원으로 쓰는 톱밥 대신 커피찌꺼기의 남아있는 영양분을 이용해 버섯을 키우는 방식이다. 일부는 친환경 생균 퇴비 및 사료로도 재활용된다. 참여 업체인 주양제인앤와이의 조호상 대표는 “커피찌꺼기는 악취가 없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훌륭한 자원”이라며 “사업이 확대되면 배지나 퇴비 외에 연료 등 활용할 수 있는 착한 기술을 계속 연구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커피찌꺼기 재활용의 공익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시내에서 나오는 모든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범사업에 이어 내년 1월부터 커피 매장이 밀집돼 있는 다른 자치구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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