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에 세계 주요 외신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 국민의 정직성을 높이 평가하며 그에 비해 정치ㆍ경제 상층부의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모순적 구조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BBC 한국 특파원 스티븐 에반스는 22일 ‘한국의 부패 스캔들이 새롭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상생활에선 지구상 가장 정직한 나라 중 하나로 보이지만 대통령마다 (불법) 자금 스캔들로 점철됐다”며 “청와대에서 부패의 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반스는 한국 사회를 “바(bar)에서 자리를 맡기 위해 테이블 위에 지갑을 놓아둬도 도둑맞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려도 그 자리로 가보면 찾을 수 있는 나라”라고 극찬하는 반면 김대중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불거졌던 스캔들을 나열하며 “바닥에서의 순박한 정직성과 상층에서의 믿을 수 없는 윤리기준”이 모순적으로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에반스는 이러한 모순의 이유로 한국의 근대화를 시작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 대통령 중심의 경제 운영 방식을 언급했다. 이어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국제관계학 교수의 말을 빌려 “국가가 경제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러한 스캔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반스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고 내리고 있는 유교문화에도 주목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한국역사를 가르치는 황경문 교수는 유교는 “사회 관계에서 위계뿐 아니라 상호주의를 중시한다. 이는 환대에 보답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이는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관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반스는 일련의 스캔들에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며 “검찰은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수십만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통과됐고 언론은 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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