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자치’ 일국양제 해석 두고
홍콩, 서구 민주주의 체제로 인식
中은 “중앙정부 부여 한계 안에서”
중화권에는 중국ㆍ대만ㆍ홍콩 사이의 서로 다른 정치ㆍ사회ㆍ경제구조를 의미하는 양안삼지(兩岸三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표현 중의 하나로 사용한다. 홍콩은 물론 대만도 결코 독립적인 국가가 아니라 중국 내 일부이고 다만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ㆍ1국가 2체제) 방안을 제시했다. 2047년까지 50년간 군사ㆍ외교를 제외하고는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그간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ㆍ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림), 고도의 자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홍콩시민들은 2014년 우산혁명 때나 최근 독립파 입법회의원 당선인의 퇴출 등을 두고 ‘실질적 자치’와 ‘사법 독립’을 요구했다.
이는 일국양제를 바라보는 중국 당국과 홍콩시민들의 시각차에서 기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당국은 ‘일국’에 방점을 둔 반면 홍콩시민들은 ‘양제’에 주목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백서 성격인 ‘홍콩특별행정구의 일국양제 실천’에서 양제는 일국에서 비롯된다고 못박은 뒤 고도의 자치권은 중앙정부가 부여하는 만큼만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나 독립 추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인대의 법률 해석권 역시 홍콩의 사법주권 침해가 아니라 중국식 정치모델에서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콩시민들은 고도의 자치를 사실상의 서구식 민주주의로 인식하고 있다. 입법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체 70명 중 직접투표 선출이 4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간접선거라 친중파가 다수이지만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실질적 자치 확대나 민주화를 주장하거나 일부 독립을 추구하기도 한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선 국민교육 시행 추진과 백서에서 보듯 개입주의가 심화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와 홍콩 민주세력 사이의 간격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이 홍콩의 일국양제 운용과 관련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대만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4년 대만과의 통일방안으로 일국양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의 독립 움직임을 방치할 경우 대만과의 실질적인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대만에서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 정부의 입장은 더욱 단호해지는 양상이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거치면서 대만에선 중국과의 통일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연방제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일국양제가 사실상 중국식 흡수통일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 대안으로 일국일제(一國一制ㆍ일국가 일체제)를 주목한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대만 독립을 추구하고 있지만 친중 성향의 국민당 정부가 공론화한 연방제 방안이 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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