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 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 밖에는’
경남 의령의 장날, 장터 귀퉁이에 자리한 한 의원의 문 앞에 단감과 밤송이를 몸에 두른 허수아비가 서 있다. 빨갛게 익은 의령 특산물 단감도 먹음직스럽지만 그보다는 뒤에 붙은 글귀와 할머니의 주름에 더 눈길이 간다.
글을 붙여놓은 이는 한때 시인을 꿈꿨나 보다. 나이 먹고 늙어가는 일을 햇살에 익어가는 감으로 표현한 글귀에 공감이 간다. 왕태석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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