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새누리당은 소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위원장으로 인 목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정작 그는 새누리당의 미래를 비관하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인 목사는 24일 본보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사정상 지금 비대위 구성이 가능하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ㆍ반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분당 가능성을 점쳤다. 여권에선 전날 김무성 전 대표의 차기 대선 불출마ㆍ탄핵안 발의 선언이 분당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을 비롯해 정두언ㆍ정태근 전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 8명도 탈당한 상태다. 일련의 흐름을 의식한 듯 인 목사는 “새로운 보수당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인 목사는 당 안팎의 퇴진 요구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현 대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사람들이) 이정현씨가 잘 하고 있다면서 계속 버텨 주면 자연히 분당되고 보수가 재편되지 않겠느냐고들 하더라”는 것이다. 인 목사는 그러면서 “소도 죽은 다음에 가죽을 남기는데, 새누리당이 수명을 다 했다 하더라도 ‘짹’ 소리는 내고 죽어야 한다”며 “역사와 정치 발전에 거름이 돼야 하는데 의미 없이 죽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장 제안이 오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정해서 답할 수는 없다”면서도 “돼지새끼 10마리를 부산에서 서울로 데리고 오는 것보다 국회의원 3명 데리고 오는 게 더 힘들다는데, 내가 어떻게 130명 가까운(128명) 의원들을 다스리겠느냐”고 답해 사실상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인 목사는 야권을 향해서도 “정치권이 광장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잘 수렴하고 실천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야당도 그 역할을 못하니 국민이 답답해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빈민ㆍ민주화 운동 경력을 지닌 인 목사는 2006년 옛 한나라당 시절 당 윤리위원장으로 맡으면서 윤리강령 강화 등 당 쇄신방안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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