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저씨라 부르지 마. 오빠라고 불러다오~.”
남자 프로배구 ‘거미손’ 방신봉(41ㆍ한국전력)이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자 장미하관(장미여관+노홍철)의 ‘오빠라고 불러다오’ 노래가 수원체육관에 울려 퍼진다. 불혹을 넘긴 베테랑 센터 방신봉은 코트에서 여전히 뜨겁다. 나이를 잊은 베테랑들이 겨울 배구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로배구 현역 최고령인 방신봉은 지난 17일 삼성화재와의 수원 홈경기에서 블로킹만 8개를 잡아내는 등 13득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 3-2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방신봉은 경기 중 상대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25ㆍ네덜란드)의 공격을 막아낸 뒤 웜업존으로 달려가 그룹 엑소의 ‘으르렁’ 세리머니를 선보여 엄청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방신봉은 “고교 2학년인 딸이 엑소를 좋아해 춤을 춰봤다”고 말했다.
방신봉은 팀 내 백업 자원이지만 위기의 순간 코트에 투입돼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2006~07시즌, 2010~11시즌 블로킹상을 받았던 방신봉은 예전만큼의 스피드는 아니지만 경험이 쌓인 블로킹으로 신영철(52) 한국전력 감독을 웃게 하고 있다. 신 감독은 “블로킹은 여전히 방신봉이 최고”라며 “(블로킹 순간)손을 넣는 타이밍이나 손 모양, 상대 공격 패턴 등을 읽는 눈에 있어선 타고났다”고 칭찬했다. 방신봉은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하고 싶다”면서 “팀 사정이 된다면 적어도 45세까지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방신봉과 함께 한전의 철벽 블로킹을 이루고 있는 윤봉우(34)도 건재하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서 플레잉코치로 뛰었던 그는 은퇴 후 코치 제의를 받았지만 현역 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트레이드를 통해 한전으로 이적했다. 한때 V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센터였던 윤봉우는 ‘클라스는 살아있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1라운드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77개)에 올라있다. 윤봉우는 “오히려 한전에 와서 (방)신봉이형한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38ㆍ현대캐피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여오현의 동물적인 반사 신경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웬만한 세터 못지 않은 안정된 토스까지 보여주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플레잉 코치이기도 한 여오현은 1라운드에서 디그 6위(세트당 1.82개)에 자리하는 등 현대캐피탈 특유의 ‘스피드배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자부도 베테랑들의 활약이 뜨겁다. 도로공사의 센터 정대영(35)은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으로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정대영은 노장 세터인 이효희(36)와 완벽한 콤비를 자랑하면서 1라운드 이동공격 부문 1위(성공률 54.17%)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IBK기업은행의 세터 김사니(35)도 여전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사니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세터”라며 굳은 믿음을 전했다. 김사니는 2016 청주ㆍKOVO컵에서 기업은행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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