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朴대통령-총수 독대 직후
정부 면세점 제도개선안 확정
‘시장지배적’ 감점 조항 빠져
“사업권 재승인 실패했는데…”
두 기업은 검찰 수사에 불만
검찰이 24일 기획재정부, 관세청 정부 부처와 롯데, SK 등 기업들을 압수 수색한 것은 면세점 특허 사업권 심사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와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권을 놓고 벌어진 기업들 간 ‘면세점 대전’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벌어졌다. 정부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2곳을 추가했던 지난해 7월에는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사업권을 따냈다.
2차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11월은 사업권 재발급이 걸려 있었다. 심사에서 롯데는 서울 소공동 면세점 본점 특허는 지켰지만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엔 실패했다.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을 잃었다. 대신 신세계와 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심사 결과는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롯데가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던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7월 경쟁력이 없어 보였던 한화가 선정된 것이나 11월 롯데가 탈락한 것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권 재승인 심사를 마친 뒤 한달 만인 지난해 12월 돌연 면세점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롯데가 미르재단에 28억원을 송금한 시기와 겹친다.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 작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지난 2월)과 신동빈 롯데 회장(지난 3월)을 독대한 뒤 더 빨라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4월 29일에는 관세청이 서울에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6월3일에는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에 대한 신규 특허 공고를 냈다. 롯데와 SK는 재입성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감점 조항이 정부 검토 과정에서 빠진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3월 경제장관회의 방안에선 1개 사업자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 매출이 75% 이상이면 입찰평가에서 감점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6월 공고에선 이 내용이 사라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불만이 높다. 우선 롯데와 SK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받는 데 실패한 곳이다. 검찰이 인허가에 성공한 곳이 아닌 실패한 곳부터 뒤지고 나선 것은 상식과는 어긋난다. 시내 면세점 추가도 당시 롯데와 SK의 면세점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위한 조치였고 여론의 지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과 총수의 독대도 이미 정부가 제도 개선 용역을 준 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권을 5년으로 제한해 면세 산업과 관련 종사자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난 여론이 일며 면세점 제도가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꼽히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항변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미르재단에 28억원을 출연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해 10월 출연금 약정을 했는데 재단이 설립되지 않아 입금만 늦어진 것”이라며 “대가성이 있었다면 약정한 시점이 10월인데 그 다음달 심사에서 떨어졌겠느냐”고 반문했다. 롯데는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측에 입금했다 6월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은 것에 대해서도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을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줬다면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SK도 최씨측의 추가 출연금 압박에 사업의 실체가 없다며 거절한 뒤 30억원으로 축소 제안했고 종국에는 추가 지원이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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