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육부가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며 집필기준과 집필진도 밝힐 예정이지만, 정부의 ‘깜깜이식’ 국정 교과서 발행 추진 절차가 잘못됐다는 법원의 지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2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조영선 변호사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보가 공개된다 해도 국정교과서 집필ㆍ심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정보공개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집필 기준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정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선고를 앞두고 집필기준 등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도 판결에 고려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중등 역사교과서와 고등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도서로 발행하겠다며 집필진 47명과 편찬심의위원 16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이에 조 변호사는 편찬기준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공개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거절하자 올 8월 소송으로 맞섰다.
이 재판부는 지난 9월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 처분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집필진 등 명단을 공개하면 그들이 가정과 직장 등에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조 변호사는 선고 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어서 정보공개청구에 나섰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과 집필진은 공개되는 게 당연한데도 ‘밀실 집필’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