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한때 부인이 목욕탕 청소까지 해야 했던 엔지니어가 유해전자파를 막는 섬유를 개발해 정부로부터 기능한국인 칭호를 받았다.
주인공은 최철수(60) 아진일렉트론 대표. 그는 25년간 기술 개발을 거듭하며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전자파를 막는 전도성 섬유를 한국 최초로 개발했다. 특히 모든 생산설비를 스스로 설계한 생산, 조립시스템을 갖췄다. 아진일렉트론의 제품은 현재 스마트폰, 스마트TV, 의료기기, 자동차 시트, 게임기, 스포츠 센서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삼성, LG, 3M 등 굵직굵직한 세계적 기업들이 그의 고객이다.
최 대표는 경남공고 화학공학과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도금기술을 축적했다. 기술에 자신감이 생긴 1991년 퇴직금에 아버지 집 담보대출을 더 해 창업했다. 그러나 회사 기술이 유출돼 큰 피해를 봤다. 게다가 한 달 매출이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부진이 이어지며 8,400만원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나기도 했다.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어려움이 계속되자 아내가 목욕탕 청소부로 나서야 했다. 최 대표는 “삶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전도성 섬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죽을 힘을 다해 일어섰고, 다행히 주위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진일렉트론의 연간 생산량은 약 780만㎡로 세계 1위 수준인데다, 불량률도 1, 2%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신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 받아 2010년엔 1,000만달러수출의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아진일렉트론은 올해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오로지 도금만 생각하다 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무엇이든 건성으로 하지 않고 깊이 공부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은 24일 최 대표를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2006년 8월 시작된 이달의 기능한국인 제도는 10년 이상 숙련기술 경력이 있는 사람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달 한 명씩 선정, 포상하는 제도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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