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총리직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고립주의와 포퓰리즘에 반대하며 ‘반(反) 트럼프’ 깃발을 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총리직 도전 의사를 밝힌 후 첫 의회 연설에서 “개방이 고립보다 안전하다”며 “우리는 세계화를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선언을 염두에 둔 듯 “솔직히 TPP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아쉽다”며 “누가 TPP 폐기로 이득을 얻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선택하며 중국이 세계 경제를 선도하리란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세계화의 진전으로 과거와 전혀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잘못된 정보가 생산돼 여론이 조작되기도 한다”며 “이를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인터넷 포퓰리즘에 경계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르켈이 이날 직접 지목한 페이스북 상의 ‘가짜 뉴스’는 이번 미 대선 기간에 트럼프에게 유리한 정보를 쏟아내며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르켈은 또 독일 안팎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한 자신의 난민 포용 정책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전 세계에 확산되는 테러에 대한 공포, 난민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일일이 언급한 뒤 “그럼에도 포용이 고립보다 안전하다”며 “우리는 함께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이 내년 독일 정계로 복귀해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슐츠 의장이 SPD 대표로 추대될 경우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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