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앉아 게임만 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어. 따가운 시선과 지겨운 잔소리 하지만 후회 없어. 너라면 할 수 있어. 내가 뒤에 있을 게~.”
동영상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현고MV don’t worry’란 뮤직비디오에서 잔잔히 흐르는 선율과 함께 읊조리듯 노래하는 이는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55) 교장이다. 연주도 녹음도 뮤직비디오도 아마추어는 넘어선 수준급이다. 방 교장이 가사를 직접 썼고 디지털 싱글 음원으로 정식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지각 송’에 이은 다섯 번째 음원이다. 멋진 춤을 선보인 뮤직비디오 출연자들은 이 학교 댄스동아리 학생들이다.
뒷짐지고 엄한 표정으로 교정을 호령할 법한 교장이 가수로 변신한 까닭이 뭘까. 24일 방 교장은 “게임에 빠진 학생에게 ‘네 탓이 아니다’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는 건 잘못이 아닌데 주변의 부정적 시선으로 움츠러드는 학생이 많았다”며 “포기하지 말고 꿈을 찾으라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교실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는 이들에게 일찌감치 ‘게임 중독자’라 낙인을 찍는다는 게 방 교장의 생각이다.
방 교장은 2008년 아현산업정보학교 교감으로 근무할 때도 게임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공립학교로는 처음 ‘E-스포츠과’를 신설해, 학교에 피시방을 만들고 프로게이머를 양성했다. 올 3월 이 학교 교장으로 다시 부임한 뒤에는 게임 영어, 게임 글쓰기 등 게임을 이용해 게임중독 학생들을 치유하는 교육과정도 개발했다. 그는 “학생의 닫힌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게 선생님이 직접 부르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 5년 전부터 음원을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면접 보러 가는 학생을 교장실로 불러 기타 치고 노래하며 응원하는 교장에 대해 학생들은 ‘노래하는 교장 선생님’이라 부른다. 여느 교장과 다른 ‘괴짜 교장’이라 불릴 만 하다. 방 교장은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간식을 나눠 주고 수다를 떨다 보면 하나 둘씩 흉금을 털어 놓는다”며 “언제까지고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