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재현에 주민들 한숨만
살처분 보상금 많지 않아 막막
6개월간 가금류 입식 못해 큰 피해
철새도래지 방대해 방역에도 한계

“설마설마 했는데 또 뚫렸네요. 밤새 노심초사했는데, 참담하네요.” 경기 포천시 영북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 방역대(3㎞)인근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막막한 마음에 한숨만 내쉬었다.
올 가을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4일, 국내 최대 규모의 닭 산지 경기 포천지역의 방역선이 끝내 무너졌다. 포천은 225농가에서 닭 1,014만(산란계 596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자칫 최대 생산 단지가 붕괴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는 22일 포천 영북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돼 정밀 검사한 결과 H5형 AI로 판명됐다고 24일 밝혔다. 고병원성 여부도 확인 중이다.
전남 해남ㆍ무안과 충북 음성ㆍ청주에 이어 경기 양주, 포천까지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양계농가들은 망연자실한 모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농장 닭 24만마리를 도살 처분하자, 1년 전 살처분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
포천지역은 지난해 1월과 4월 닭 농장 4곳에서 ‘H5N8’형 AI가 발생해 가금류 농장 13곳에서 사육중인 닭 24만 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이 때문에 179곳 농가 345만마리의 가금류에 5개월간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져 농가들은 출하 지연, 입식 제한 등 유무형의 피해를 봐야 했다.
하병훈 포천산란계 지부장은 “AI가 발생해 살처분한 경우 정부 보상금이 많지 않고 6개월 간 가금류 입식도 못해 피해가 막대하다”고 축산농가의 애타는 고충을 전했다.

관건은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해당농가 반경 3㎞ 이내에 이동통제소 2곳을 설치 운영하고, 반경 10㎞ 이내 가금류 사육농장 84농가 180만마리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AI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농장주들도 포천시지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방역일손을 거들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예비비 18억원을 시군에 긴급 지원, AI 조기 근절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 발생한 H5N6형 AI의 경우 철새도래지가 많은 곳 중심으로 전파되고, 과거에 비해 폐사율이 높아 차단 방역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철새도래지가 워낙 방대하고 철새들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 때문에 농가에서 분변이 유입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대한양계협회 포천육계지부의 한 관계자는 “AI 발생 농가는 주로 강, 저수지 주변에 위치해 있다”며 “철새가 모이는 곳을 집중 방역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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