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국이다. 수백만 개의 촛불이 이 땅의 밤을 밝히고 있다. 촛불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연약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촛불 아래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간절한 염원과 경건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촛불’은 ‘초+ㅅ+불’로 이루어진 말이다. 사이시옷은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로 된 합성어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있는 경우 앞말에 받쳐 적는다. ‘촛불’은 고유어+고유어로 이루어진 말로서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예이다.
‘초’는 원래 한자어 ‘燭(촉)’에서 온 말로, 옛말에서는 ‘쵸’라고 하였고, 이후 소리가 변하여 ‘초’가 되었다. 오늘날 이 말은 고유어로 분류된다. 따라서 ‘촛농(-膿), 촛대(-臺)’도 ‘고유어+한자어’로 보아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 만일 ‘초’를 그 기원에 따라 한자어라고 한다면 ‘초농, 초대’로 적어야 하겠지만, 오늘날에는 고유어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이시옷 표기를 하는 것이다. ‘찻잔, 찻상, 찻장’ 등의 표기도 같은 예이다. ‘차’ 역시 한자어 ‘茶(차, 다)’에서 왔지만 오늘날 고유어로 인식되는 말이다. 따라서 ‘찻잔’ 등도 ‘고유어+한자어’로 보아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
요즘 촛불과 함께 횃불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횃불’은 ‘홰+ㅅ+불’로 이루어진 말이다. ‘홰’는 불을 붙이는 데 쓰기 위해 싸리 등 나뭇가지 따위를 묶어 만든 물건이다. 촛불보다 더 큰 불이이서 격동적인 느낌을 준다.
‘촛불, 횃불’ 모두 사이시옷 표기를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사이시옷은 ‘사람 인(人)’ 자를 닮았다. 온 국민이 마음을 담아 받쳐 든 불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그 간절한 바람을 담은 빛이 나라의 미래를 환히 밝혀 주기를 소망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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