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에서 프랑수아 피용(62)이 깜짝 부상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남성 간 친밀함)’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유력 대권주자 피용은 푸틴과 끈끈한 사이”라고 진단했다. 피용은 지난 20일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1차 경선에서 유력 대선후보 알랭 쥐페 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제치고 44.1%의 득표율로 예상 밖 1위를 차지했다. 그의 포퓰리즘적인 친(親)기업, 반(反)무슬림, 반동성애 성향이 보수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외신들은 일제히 피용과 푸틴의 관계에 주목했다. 피용은 총리 재임시절인 2008~2012년 러시아 당시 총리였던 푸틴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외무장관을 지낸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푸틴과 피용은 함께 조깅을 즐기던 사이”라며 “피용은 푸틴과 의견이 충돌할 때 정중하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 과하다 싶은 이해심을 보였다”고 AFP에 말했다.
실제 피용 전 총리의 대외정책도 러시아의 입맛에 맞아 떨어진다. 피용은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를 틀어지게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인정해야 한다”며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비롯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러시아를 맹비난하지만, 피용은 러시아를 극단주의 이슬람주의 세력과의 전쟁을 위한 파트너로 여긴다.
이에 러시아는 피용의 부상을 환호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피용의 경선 투표 1위 소식을 접하고 “피용은 대단히 전문적이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이라며 “오늘날 세계 정치인들과 대단히 다르다”고 극찬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한술 더 떠 그를 “모스크바의 친구”로 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공공연히 친러 성향을 드러내는 가운데 프랑스 대권주자까지 러시아에 기울 경우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관계가 뒤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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