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유엔대사와 교육부 장관에
인도계 여성 니키 헤일리 주지사
여성 활동가 벳시 디보스 내정
흑인 벤 카슨도 영입 목전에
추수감사절 ‘하나의 미국’ 메시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사회ㆍ정치적 통합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선 기간 중 지탄받던 분열적 언동을 멀리하고, 내각에 여성과 소수인종을 잇따라 포진시켰다. 또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24일)을 맞아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로 미국은 하나로 통합돼야 하며 자신이 앞장설 것이라는 영상 메시지도 내놓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3일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교육 활동가인 벳시 디보스(58)를 각각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교육부 장관에 내정했다. 헤일리 내정자는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이며, 디보스 장관 내정자는 학교 선택권 확대에 앞장서는 억만장자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이날까지 트럼프 당선인이 발표한 차기 정부 각료급 인사는 7명으로 늘어났으며, 두 내정자는 첫 여성 인선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흑인이며 당내 대선 경선 주자였던 신경전문의 벤 카슨을 내각에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인수위도 두 여성 내정자의 능력과 자질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들이 여성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헤일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인도계 이민자의 딸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첫 여성 지사이자 최연소 지사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헤일리 내정자는 여성ㆍ소수계 유색 인종일 뿐 아니라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다양성과 통합 노선 추구를 대변하는 인사로 거론되어 왔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며, 당시 트럼프 후보에 대해서는 “내가 원치 않는 모든 것을 가진 후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헤일리 카드’를 다른 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여성ㆍ소수계라는 상징성보다는 경선 초기부터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부지사를 주지사로 만들어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디보스 내정자 역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이기 이전에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을 도운 몇 안 되는 큰손 정치후원자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이날 인선은 언론과 공화당 내부에서 긍정 평가를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하얗게’(America white again)’ 만들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이전까지 5명의 각료급 인사를 낙점했는데,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 등 모두 백인 남성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출범할 초대 트럼프 내각이 인종ㆍ성별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헤일리와 디보스 내정자를 발표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워온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례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랜 기간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위해 일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인 디보스를 교육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저녁 내놓은 추수감사절 영상 메시지(https://www.youtube.com/watch?v=Qf-DR8C4cOc&t=2s) 에서 진지한 태도와 정제된 언어로 미국 사회의 통합을 호소했다. 그는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링컨 대통령의 추수감사절 선언문을 인용하며, “상처투성이 선거는 끝났으며, 쉽게 치유되지 않겠지만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데 온 미국인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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