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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그거 내 돈인데요

입력
2016.11.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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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라 직장을 띄엄띄엄 다닐 수 있었다. 아니, 직장이란 무릇 꾸준히 다녀야 좋은 거 아니야? 반문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소설을 쓰는 나로서는 1년 직장을 다니고 6개월은 소설만 쓰고, 3년 직장을 다닌 후 다시 1년간 소설만 쓸 수 있는 것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그게 또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바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때문이었다. 소설만 쓰는 동안에 수입이 말도 못하게 확 줄어도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내내 그대로였다. “작년 소득 기준으로 산정되는 금액이에요.” 담당자는 해마다 앵무새처럼 그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빽빽 항의도 했지만 몇 년이 지나자 그런가 보다, 하며 포기를 해버렸다. 나는 전업작가 생활을 하면서도 그래서 직장인처럼 보험료와 연금을 냈다. 결혼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꽤나 신이 났던 게, 드디어 건강보험이고 국민연금이고 남편 이름 밑으로 들어가 공짜로 비빌 수 있다는 거였는데, 틀렸다. 병아리 눈물만큼 받는 원고료가 그걸 방해했다. “어쨌거나 수입이 있으시잖아요.” 앵무새 담당자는 변하지도 않았다. 숟가락 하나 슬쩍 얹고 살 만한 팔자는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이번 뉴스에는 진짜 화가 났다. 다른 뉴스에 화가 안 났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신경질이 확 올라버렸다. 국민연금이 삼성과의 결탁 끝에 788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거였다. 주식평가 손실액은 자그마치 2조원이 넘었다는데.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쁜 최순실 씨가 아니나 다를까 또 거기에 있다. 나 정말 그거 내느라 힘들었단 말이다. 왜 내 돈을 당신들이 날려먹지? 도대체 왜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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