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내 모금 방송에 베트남인 부부 안타까운 사연 소개
동포라며 접근, 수술비 대납 등 명목으로 3900만 받아 챙겨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제 심장이라도 주겠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우웬(31ㆍ여)씨의 딸은 전체 1%로 걸리지 않는 희귀한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생후 7일째 수술을 받았다. 한국땅에서 어려움을 겪던 베트남 부부의 사연은 2012년 이웃돕기 모금 방송에 소개돼 후원금 등 도움을 받았다. 이런 상황을 노리고 후원금을 가로챈 부부가 경찰에 붙들렸다. 베트남 부부의 신생아 심장질환 수술비를 대납했다고 속여 수술 후원금 등 3,900여만원을 가로챈 것이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홍모(38ㆍ여)씨를 구속하고 홍씨의 남편 나모(5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웬씨 부부에게 접근해 딸의 수술비 3,000만원을 자신들이 대납했다며 갚으라고 요구하고, 후원재단에서 준 후원금을 직접 관리해주겠다며 2012년 6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3,9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홍씨는 2008년 국제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인이었다. 홍씨는 국내 사정에 어둡고 한국어를 못하는 우웬씨 부부에게 접근해 동포라는 점을 악용해 안심시켰다. 후원재단에는 자신들을 우웬씨의 언니와 형부라고 소개하는 등 보호자를 자처했다.
홍씨 부부는 또 부산에서 정모(61)씨 등 2명에게 행정사 자격증을 빌려 행정사무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행정사 자격을 빌려준 정씨 등 2명도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국내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인들을 상대로 한국 국적을 취득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1인당 150만~6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베트남 귀화자에게는 비행기표 대리점 사업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 매달 30만원 준다고 속이는 등 베트남인 29명에게서 38차례에 걸쳐 총 1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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