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주 새 3번 압수수색 당해
“일을 할 수가 없다” 하소연
“구시대 운영 바꿔야” 지적도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자 삼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5,6명의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 42층의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사무실 등을 샅샅이 뒤졌다. 최 부회장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회장은 삼성에서 총수 일가를 제외하면 서열이 가장 높은 서열 1위 최고경영자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8일에도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직접 송금한 것과 관련, 미래전략실을 11시간 넘게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 지원 의혹으로 지난 15일 서초사옥 내 제일기획 스포츠전략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까지 더하면 삼성은 최근 3주 동안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한 꼴이 된다. 제일기획 스포츠전략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맡고 있다.
삼성은 장 사장과 김 사장에 이어 최 부회장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받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 범위나 강도가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검찰의 칼끝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향하며 총수 일가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라 더욱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핵심 지휘부다. 회장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의 명맥을 잇는 조직으로, 현재 병석에 있는 이 회장이 지난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신설됐다. 전략과 인사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홍보), 경영진단, 기획, 금융일류화추진팀으로 구성된 조직은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과 각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등을 모두 총괄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마비될 경우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인 만큼 삼성에선 업무 마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 소환 조사에 매주 한번 꼴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니 도무지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현안이 많은데다 공교롭게 연말 인사까지 앞둔 중요한 시점에 수사를 받으며 유무형의 손실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최 부회장이 조만간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일각에선 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미칠 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의 구시대적 미래전략실 운영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사업 등에 활용하는 방식은 이전엔 유효했는지 몰라도 새로운 시대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며 “삼성이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춰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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