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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포기가 운명이라는 김무성… 여권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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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포기가 운명이라는 김무성… 여권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6.1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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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출마 선언 파장]

탄핵 주도 땐 친박 강한 저항

찬반 갈리며 집단 탈당 가능성

김무성 “보수 재탄생 밀알 되겠다”

당 밖에서 신당 창당 나설 수도

탈당 남경필ㆍ잔류파 유승민 등

어느 잠룡과 손 잡을지도 촉각

김무성, 의원 30여명과 만찬 회동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입을 꾹 다문 김 전 대표를 기자들이 쫓아가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곁은 측근인 김성태 의원.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입을 꾹 다문 김 전 대표를 기자들이 쫓아가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곁은 측근인 김성태 의원.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3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자신에게도, 여권에도 중대 승부수다.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 “백 척 높이의 흔들리는 장대 위에서 한 발 내디디면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리리라”는 의미로, 김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빗댄 장사 스님의 이 말은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그의 불출마는 여권의 다른 잠룡들은 물론 정치권의 지각변동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김 전 대표가 날린 회심의 일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다. 김 전 대표는 회견에서 “지금 야당은 탄핵을 두고 잔머리를 굴리면서 주저하고 있다”며 “당내에서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고 서명도 받겠다”고 밝혔다. 그간 더딘 움직임을 보여온 야권을 향한 경고의 뜻이 담겨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회견 전 참석한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ㆍ실무자 연석회의에서도 같은 취지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석호 김성태 나경원 오신환 유승민 이종구 장제원 정병국 정양석 하태경 황영철 의원은 이미 탄핵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내 친박계를 겨냥한 ‘최후통첩’의 성격도 갖고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친박계가 극렬하게 저항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김 전 대표의 시선이 결국은 ‘탈당’에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탄핵안 추진이 탈당파와 잔류파를 가르는 전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전 대표도 회견에서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우선 당내에서 탄핵 추진부터 하겠다”고 답하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또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인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양극단의 정치를 배제하고 민주적인 협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이미 당 밖엔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있다. 여권 성향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도 중립 지대에서 개헌을 고리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밝힌 양극단, 즉 여권의 친박계와 야권의 친문계를 제외한 중도 세력을 규합해 제4지대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더구나 비박계의 좌장인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감행할 때엔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그간 비상시국위에 참여하는 김 전 대표를 두고 대선 도전과 연결 지어 의구심을 보내는 의원들도 있었다”며 “모든 걸 내려놨으니 그의 뜻에 함께 할 의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행보가 다른 잠룡들에게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김 전 대표가 당내에 남을 때엔 ‘탈당’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 지사가 이미 탈당해 유 의원은 유력한 대선 주자로 몸값이 올라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구ㆍ경북(TK)을 대표하는 유 의원과 부산ㆍ경남(PK)을 대표하는 김 전 대표가 과거 DJP(김대중 전 대통령ㆍ김종필 전 국무총리) 연합을 연상케 하는 역할분담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 의원은 이날 “당에 남아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에 다들 평가한다”며 “(의원들) 전부 숙연하게 생각하고 결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 역시 “멋진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전 대표는 불출마 결심을 핵심참모들에게조차 하루 전에 밝혔다고 한다. 측근들은 그를 강하게 만류했지만,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강행해 불출마를 못박았다. “마음을 비울 때 아이가. 나라가 이 꼴이 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책임도 있고, 정작 책임 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안 지니 나라도 져야 하지 않겠나.” 회견 뒤 의원실에서 만난 김 전 대표는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라며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저녁 김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당내 의원 30여명과 술잔을 기울였다.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자 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번개 사발통문’을 돌려 마련한 자리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모든 걸 내려놨다. 이제 건전한 보수가 뭉쳐야 한다”며 “애국, 애국, 애국!”이라고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만찬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 지는 법적 방법은 탄핵뿐이고 나아가 5년 단임제에서 반복되는 폐해를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개헌도 동반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패잔병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에 선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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