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탄핵 전 교체 고집 않겠다”
야당, 자진사퇴 압박은 계속하기로
문재인 “김현웅ㆍ최재경처럼 물러나야”
“종이호랑이 황 총리 괜찮다”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야권이 23일 ‘선(先) 탄핵 추진’에 뜻을 모으며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했다.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감수하고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데 야 3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선 총리ㆍ후 탄핵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로 야권 공조가 계속 삐걱거릴 경우 탄핵 논의에 실질적 진전이 없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국민의당은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으면 사실상 ‘박근혜 정권 2기’에 불과하다며 탄핵 추진과 총리 추천 병행론을 주장,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빚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후 안보 이슈로 탄핵 물타기를 시도할 수 있단 우려까지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광주를 찾아 “야당끼리 (총리 추천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뜻대로 국민 추천 총리로 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의 총리 논쟁은 청와대의 버티기만 도와줄 수 있는 만큼 탄핵 후 이를 범국민적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탄핵을 둘러싼 야권의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총리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을 언급하며 “(황교안)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박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퇴하는 방식으로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놓고 정작 제3지대 성향의 거국총리에게 정국 주도권을 뺏기느니 ‘종이 호랑이’나 마찬가지인 권한대행 체제가 낫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황 총리가 아니라 황 총리 할아버지가 와도 탄핵 후의 박 대통령을 비호할 수 있겠냐”며 “권한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이라 중대한 정책 결정 시엔 국회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김병준 카드’가 재조명될 가능성도 나온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여전히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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