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ㆍ탈박ㆍ비박… 애증의 시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 평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히자 두 사람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친박 좌장에서 탈박(脫朴)으로, 이후 ‘박근혜 정부 개국공신’으로 컴백했다가 다시 비박계 수장으로 등을 돌려 박 대통령과 애증의 11년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1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차 한 잔 마신 적 없다”던 김 전 대표를 사무총장에 깜짝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김 전 대표는 함께 기용된 유승민 당시 대표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과 함께 ‘인의 장막’으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했다. 2007년 박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을 벌일 당시, 김 전 대표는 ‘정치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MB를 지지하라고 조언했는데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선거전을 지휘, 친박 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2008년 친이계가 주도한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 학살’로 낙천했지만 김 전 대표는 친박무소속연대를 이끌며 당선해 여의도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긴 것은 김 전 대표가 2009년 박 대통령의 반대로 원내대표 도전을 포기하면서부터다. 이후 뜨거운 감자였던‘세종시 수정안’을 두고서도 원안 고수(박 대통령)와 수정안 지지(김 전 대표)로 입장이 엇갈렸다. 박 대통령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을 남겼고 2010년 친이계 추대로 김 전 대표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박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로 인해 김 전 대표는 이번에는 친박계가 주도한 19대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박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지만 ‘해빙 무드’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재보선으로 19대 국회에 재입성한 김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도전하자 박 대통령은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지지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되고 나서도 2014년 ‘상하이 개헌 발언’과 지난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4ㆍ13 총선 옥새 파동 등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하지만 30시간도 안 돼 박 대통령에게 번번이 고개를 숙여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통령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김 전 대표가 끝까지 대립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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